[O2/커버스토리]책상정리,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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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퇴사할 듯 텅텅 빈 책상이 능률 최고

9일 오전 한 통신업체를 찾았다.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직원 절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O2’는 정리 컨설턴트 윤선현 씨와 함께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연차 15년이 넘는 부장까지 약 70명의 책상을 돌아봤다. 다음은 윤 씨와 함께 분류한 책상 정리 유형과 그 특징이다. 회사에 두고 온 당신의 책상은 이 중 어떤 유형에 속할까.

○ 단출한 깔끔·집중형

“이분 혹시 퇴사하셨나요?” 보자마자 이 질문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자리의 주인은 멀쩡히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단다. 책상은 누군가 짐을 챙겨 나간 것으로 착각할 만큼 깨끗했다. 윤 씨는 이것을 최고의 책상으로 꼽았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컴퓨터 한 대와 달력, 핸드크림, 휴지, 컵만이 놓여 있다. 책상 위는 반질반질 윤기가 흘러 손 대기가 겁날 정도. 자리 주인인 A 과장은 매일 퇴근에 앞서 물티슈로 책상을 닦는다. 핸드크림은 ‘낚시용’이다. A 과장은 후배들이 가끔씩 자신의 자리를 찾도록 핸드크림이 떨어지지 않게 챙겨 놓는단다.

이런 사람들은 깔끔한 공간에 대해 남다른 집착을 가진 유형이다. 어제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깔끔한 책상을 유지하고 있어 ‘신입사원형’ 또는 ‘초심 유지형’으로도 부를 수 있다. 윤 씨는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사람들은 책상도 그렇게 정리하는 경향이 많다”고 했다. “해야 할 업무만 딱 꺼내놓고 일을 하니까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요.” 이런 사람들은 쓸데없는 물건이 놓여 있는 것 자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업무 과다’ 과시형

“나 일 많아요.” 책상에서부터 과중한 업무가 느껴진다. 책상 앞에 붙어 있는 작은 화이트보드에는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얀 바탕이 보이지 않을 정도. 노트북 옆에 쌓여 있는 서류는 이미 어깨 높이를 넘어섰다.

서류 위에는 야식 또는 간식용인 원통형 감자칩 포장용기가 굴러다닌다. 책상 위에 작은 플라스틱 3단 수납장이 있지만 정리가 안 돼 있기는 마찬가지. 책상 위 여기저기에는 여러 가지 펜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리병들이 놓여 있다.

이런 책상의 주인은 일이 많다는 것을 ‘과시’하며 동시에 자신의 스트레스를 쌓인 물건으로 표현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물건과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하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 아니면 최소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사람일 가능성은 낮다. 이런 사람의 책상엔 진행 중인 업무와 이미 완료한 업무가 공존한다.

“업무 과시형 사람들은 남보다 수납공간 확보에 더 열을 올립니다. 쌓아둘 물건이 많아서죠. 하지만 책상 위처럼 수납공간 안도 제대로 정리를 하지 못해요. 이런 사람들에겐 수납공간의 용도를 지정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 자기계발형

책상 한쪽에 ‘가치를 제안하라’ ‘거인과 싸우는 법’ 등 자기계발서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토끼 같은 자녀와 여우같은 부인이 웃고 있는 가족사진도 빠지지 않고 책상 위를 지킨다. 간혹 암벽을 등반하는 자기 사진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명언, 책 구절을 직접 적어 넣은 포스트잇 메모지도 보인다.

이 책상의 주인은 책이나 사진, 메모를 보며 끊임없이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유형이다. 윤 씨는 “이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해 주는 물건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스스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일을 처리하고 싶어한다는 뜻이지요. 뚜렷한 목표의식과 미래에 대한 욕심도 드러나네요.”

그러나 자기계발서나 목표를 적은 메모지를 책상에 너무 많이 놓아두면 자칫 ‘자기계발을 과시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 뒤죽박죽 카오스형

‘마그네슘, 아침 점심 한 알씩’이라고 적힌 약통이 놓여 있다. 그 옆에도 흰 색 약통이 보인다. 사무실에 웬 화장품 세트? 다시 보니 거울까지 있다. 조금만 과장하면 책상 주변은 형형색색 포스트잇으로 온통 도배가 되어 있고, 필통엔 여러 색깔의 펜이 가득 꽂혀 있다. 이외에도 책상 곳곳에 개인 물품과 업무용품이 뒤섞여 있다.

이런 책상의 주인은 일단 회사 일과 개인사에 대한 가치판단이 잘 안 되는 사람이다. 또 걱정과 스트레스가 많은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약병은 건강에 대한 개인적 관심을 나타낸다. 하지만 윤 씨는 “책상에 놓여 있는 약통을 바라볼 때마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떠올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잇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일에 압도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이다. 윤 씨는 “이런 사람들은 책상 위의 물건이나 업무 메모를 바라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 집중력과 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인테리어형

‘헬로 키티를 좋아하는 사람.’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분홍색 헬로 키티가 그려진 선풍기가 책상 위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아래엔 주먹만 한 헬로 키티 피겨(플라스틱 인형)가 놓여 있다. 헬로 키티 펜도 눈에 들어온다. 이외에도 주인의 선호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고 예쁜 액세서리들이 책상 곳곳에 놓여 있다.

이런 책상의 주인은 회사 책상에 좋아하는 물건들을 놓아둠으로써 자기 집 책상처럼 꾸미는 사람이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를 즐기는 사람들로 주로 여자가 많다. 일을 할 때 분위기를 중시하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책상을 꾸미는 경향이 있다.

윤 씨는 일단 “스스로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환경은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하지만 그는 “과도한 책상 인테리어는 자칫 프로답지 않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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