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수장층 집단 취락유적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2일 11시 37분


코멘트
백제가 지금의 서울인 한성(漢城)에 도읍한 시기인 5세기 무렵, 지방에 거점을 마련한 호족이나 그곳으로 파견된 중앙 관리들이 집단으로 거주한 취락 유적이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 남면 나성리 일원에서 확인됐다.

매장문화 전문조사기관인 한국고고환경연구소(원장 이홍종)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의뢰한 '행복도시 중앙녹지공간 및 생활권 2~4구역 저습 7ㆍ8유적' 9만9358㎡를 지난해 5월 이래 발굴조사한 결과 이곳이 백제 한성시대 수장층의 집단 취락임을보여주는 증거들을 찾아냈다고 12일 밝혔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각종 구획 저택과 부속 건물터, 그리고 도로 흔적 등은 일본 역사고고학계에서는 호족거관(豪族居館)이라 부르는 유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돼 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문화교류 양상을 추적하는 데도 귀중한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도랑과 비슷한 시설인 호(壕)를 파서 주변과 경계를 삼은 '구획저택' 18곳이 확인됐으며, 이들 구획 안에서 각종 주거지 100여 기와 관련 수혈(竪穴. 구덩이) 135기는 물론 도로 유적 등도 드러났다.

조사단이 KG-006호라고 명명한 구획저택은 최대 길이가 34×30m에 이르는 평면 사다리꼴 모양으로 그 내부에서 주변으로 도랑을 돌린 주구부(周溝附) 건물터 2곳과받침돌 없이 기둥을 땅에다가 그대로 박아 세운 굴립주(掘立株) 건물터 9기, 정확한성격을 가늠할 수 없는 수혈 3기 등이 발견됐다.

이 구획저택 중 중앙을 차지한 주구부 건물터는 단층 구조이며 크기는 약 15×10m에 이르는 대형이다.

또 다른 구획저택인 KG-015호는 최대길이 32m×30m의 역시 대형으로, 평면 형태가 사다리꼴에 가깝다. 그 안에서는 중앙을 차지한 주구부 건물터 1기(7×7m), 굴립주 건물터 5기, 수혈 5기 등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이번 나성리 유적의 거대저택 발견을 통해 백제시대 지방 주요 거점 도시의 구조는 물론이고 생산과 저장, 물품 등의 유통 양상을 추정할 수 있는 고고학적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유적에 대한 지난해 조사에서는 'ㅍ'자 형태의 목관을 안치하고 금동으로 제작한 화살통과 금동 관대(허리띠), 금동구슬, 청동신발, 나무칼집 등을 부장한 백제시대 고분이 확인됐고 이른바 석빙고로 추정되는 얼음 저장 구덩이(400×356㎝)가 드러나기도 했다.

디지털 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