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07>或曰世守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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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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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등文公(등문공)에게, 약소국이 외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또 다른 방도로 社稷(사직)을 떠나서는 안 되므로 사직과 함께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고서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 영토를 내어주고 이주하는 방안과 사직을 끝까지 지키려 하다가 사직과 함께 죽는 방안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或曰은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달리 이렇게 말하는 견해도 있다는 것을 표시한다. 世守란 조상 이래로 계승하여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등나라는 춘추시대 때 分封(분봉)을 받아 전국시대까지 계승해 온 나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非身之所能爲也는 자기 몸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效死勿去는 목숨을 바치더라도 떠나지 않는다는 말로, 效는 바칠 致(치)와 같다. ‘예기’ ‘曲禮(곡례)·하’에도 보면 ‘國君死社稷(국군사사직)’이란 말이 있다. 나라의 군주는 사직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춘추좌씨전’에서는 ‘國滅君死之(국멸군사지)’라 했다. 나라가 멸망하면 군주는 나라를 위해 죽는다는 뜻이다. 斯二者는 遷居(천거·이사해서 거처함)와 效死勿去의 두 가지를 가리킨다.

맹자는 등문공에게 외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으로 遷居와 效死勿去의 두 가지를 제시했다. 맹자는 어느 쪽을 권했을까. 등문공은 백성과 사직을 함께할 만큼 민심을 얻지도 못했고, 創業垂統(창업수통)의 遠謀(원모)를 지니지도 못했다. 곧 주나라 大王(태왕)이 부득이 岐山(기산) 아래로 이주했지만 백성들이 시장에 모이듯 모여든 것같이 할 수가 없었다. 맹자가 등문공에게 권한 것은 사직을 위해 죽는 방안이었으리라. 지난날 군주들은 민심을 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한 군주는 별로 없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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