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코스형 한식, 굿!··· 세계무대서도 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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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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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일 3국 기자들의 ‘한식 토크’

한중일 3국 기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비스트로 서울에서 코스형 한식을 맛보며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기무라 요이치로 NHK 기자, 우정렬 동아일보 기자, 원정훈 썬앳푸드 영업마케팅 부장, 최현정 썬앳푸드 R&D팀장, 쩡원푸 CCTV 기자, 취안샹란 신화통신 기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중일 3국 기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비스트로 서울에서 코스형 한식을 맛보며 한식 세계화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기무라 요이치로 NHK 기자, 우정렬 동아일보 기자, 원정훈 썬앳푸드 영업마케팅 부장, 최현정 썬앳푸드 R&D팀장, 쩡원푸 CCTV 기자, 취안샹란 신화통신 기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솔직한 생각이 듣고 싶었다. 객관적이되 한식에 대한 이해도 풍부해 자국 중심의 편협함에 빠지지 않는 외국인을 찾다가 서울에 특파원으로 와 있는 외신 기자들이라면 어떨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마침 외식기업 썬앳푸드가 ‘현대적인 한식’을 표방하며 론칭한 한식 레스토랑 ‘비스트로 서울’의 요리를 맛볼 기회가 생겨 외신 특파원들에게 동석해 달라고 초청했다. 서울특파원인 기무라 요이치로(木村洋一郞) 일본 NHK 기자, 쩡원푸(曾文甫) 중국 CCTV 기자, 취안샹란(權香蘭) 신화통신 기자가 초청에 응해 기자까지 한중일 3개국 기자가 점심을 함께하며 ‘한식 토크’를 벌이게 됐다. 요리에 대한 설명은 동석한 최현정 썬앳푸드 R&D팀장이 맡았다.

○ 외신 특파원, 한식의 매력에 빠지다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내에 있는 비스트로 서울에서 만난 외신 특파원들은 식탁 위에 포크와 나이프가 수저와 젓가락 옆에 나란히 놓인 파격에 관심을 나타냈다. 최 팀장이 “비스트로 서울은 한식 식재료에 외국의 조리법을 과감히 응용한 현대적 한식을 선보이고 있어서 한식이지만 포크와 나이프도 함께 제공한다”며 “다만 포크와 나이프도 놋쇠를 사용해 전통 유기 제작 방식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자 외신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내온 요리는 한치카르파치오였다. 카르파치오는 얇게 썬 쇠고기 육회와 야채에 올리브유로 만든 소스를 뿌린 이탈리아 요리지만, 이곳에선 쇠고기 대신 한치를 사용하고 참기름을 베이스로 만든 소스를 뿌려 한식의 풍미를 살렸다. 취안 기자는 “한치로 카르파치오를 만든다는 발상부터 신선하다”며 “참기름 소스 덕분에 평소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도 친근하게 느낄 것 같다”고 첫인상을 말했다.

다음 요리는 돼지고기 주물럭. 얼핏 보면 평범한 돼지 주물럭처럼 보이지만 채를 썬 깻잎을 곁들여 부담스럽게 쌈을 싸서 입에 밀어 넣지 않아도 고기와 깻잎을 함께 먹을 수 있게 했다. 물에 씻은 뒤 참기름을 바른 묵은지를 함께 곁들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기무라 기자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맛을 재발견하는 식재료가 바로 돼지고기”라며 “매콤한 고추장 맛이 나는 주물럭은 불고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쩡 기자는 “외국인들이 쉽게 먹을 엄두를 못 내는 묵은지를 가공한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했다.

○ “코스로 나오는 한식 신선해요”

비스트로서울 제공
뒤이어 나온 은대구 조림은 잘 손질한 은대구와 먹기 좋은 크기로 썬 연근, 감자, 우엉에 간장, 고춧가루, 마늘, 생강, 후추 등으로 만든 양념을 끼얹어 가며 20분가량 조린 요리다. 쩡 기자는 “독특한 양념 맛 덕분인지 평소 생선을 즐기지 않는데도 자꾸 젓가락이 간다”고 말했다. 기무라 기자는 “일본어로 ‘긴다라’라고 하는 은대구는 일본인에게도 익숙한 식재료”라며 “일본인에게는 간장 베이스 소스가 익숙하니, 된장 베이스 양념을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제안도 했다.

정작 한국인에게는 익숙지 않은 코스형 한식에 대해 특파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해졌다. 취안 기자는 “밥과 반찬 중심인 한식 상차림에 익숙지 않은 중국인은 반찬이 가득 놓인 한식상을 받아도 ‘메인 요리는 언제 나오냐’며 의아해한다”면서 “반찬 종류를 줄이고 메인 요리를 강화한 코스형 한식이 중국인에게 다가서기에는 더 좋을 방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버섯 고명을 얹은 보리비빔밥과 마로 만든 국수로 배를 두둑이 채우는 동안에도 계속된 특파원들의 한식 예찬은 디저트로 나온 깨강정을 곁들인 아이스크림과 오미자로 만든 푸딩에서 절정을 이뤘다. 쿠키 대신 깨강정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아이스크림이 자연스럽게 한식의 디저트가 될 수 있다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오미자 푸딩 역시 차 외에는 접하기 어려운 오미자의 매력적인 맛을 즐기는 색다른 조리법이라며 입을 모았다.

맛난 음식과 즐거운 대화 덕분에 예정보다 1시간 넘게 계속된 점심식사를 마무리하며 특파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국에 이런 한식이 생겨도 돈을 내고 자주 찾을 것 같냐”고. 기무라 기자는 “도쿄 중심부 ‘긴자’에서 판매하기에 손색이 없는 메뉴”라고 답했다. 취안 기자는 “이런 메뉴 구성이라면 한식은 비빔밥, 김치찌개 정도의 싸구려 음식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날리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의 젊은이들도 충분히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쩡 기자는 “깻잎처럼 특유의 향 때문에 중국인이 먹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재료만 적절히 조절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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