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눈앞엔 은은한 색상··· 귓전엔 잔잔한 음악··· 심신의 피로 ‘사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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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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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아트 통해 몸과 마음 치유하는 ‘색채마음연구소’

색채마음연구소 장성철 소장이 자신의 작품 ‘활력을 주는 그림’ 옆에 섰다. 청량한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막혀 있는 마음을 뚫어주며. 동심으로 돌아가 삶의 활력을 주는 그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빨간색은 에너지를 상승시키고 그와 보색을 이루는 초록색은 집중력을 높여준다. 노란색은 마음을 달래주고 파란색은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색채마음연구소 장성철 소장이 자신의 작품 ‘활력을 주는 그림’ 옆에 섰다. 청량한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막혀 있는 마음을 뚫어주며. 동심으로 돌아가 삶의 활력을 주는 그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빨간색은 에너지를 상승시키고 그와 보색을 이루는 초록색은 집중력을 높여준다. 노란색은 마음을 달래주고 파란색은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성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음악이 흘러 퍼지는 조그만 방. 실내 조명장치에선 은은한 색상이 음악에 맞춰 약간씩 변한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조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방금까지 내 마음을 심란케 했던 고민은 잠시 사라지고 엄마 품처럼 아늑한 기분. 조금씩 무념무상에 가까워지는 것일까. 스르르 졸음마저 오는 듯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색채마음연구소’는 색채 음악 등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 행위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몸과 마음의 부조화를 바로잡아주는 ‘멀티미디어 힐링 아트(Healing Art)’를 연구하는 곳이다.

원래 미술치료(Art Therapy)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그리게 한 뒤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미술치료로 1960년대 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현장에 적용됐다. 미술은 현대인들의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정서적 불안감을 치유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색채마음연구소는 기존 서양의 미술치료와는 접근방법이 상당히 다르다. 분석적인 치료행위가 아니라 예술을 매개체로 동양의 오행철학과 한의학의 치료를 접목해 종합적인 치유(治癒)를 추구한다.

한 여성이 조명의 색채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멀티 세러피’를 받고 있다.
한 여성이 조명의 색채를 통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멀티 세러피’를 받고 있다.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장성철 소장은 원래는 공학도였으나 서른이 넘은 뒤 갑자기 ‘색(色)’에 눈을 뜬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잘 못 믿지만 1995년 어느 날 갑자기 색에 대한 느낌이 팍 왔어요. 한순간에 색채에 대해 통달하게 됐다고 할까요. 어려서부터 명상, 동양철학과 음악 작곡에는 관심이 많아 열심히 했지만 미술에는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저도 신기했죠.”

색채에 대한 ‘강한 영감’을 받은 그는 그때부터 색채를 명상과 동양철학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에 몰입했다.

“정통 미술을 하는 교수와 화가들도 많이 만나서 얘기를 나눴어요. 그림은 워낙 쟁쟁한 사람이 많아서 엄두가 안 났고 색채를 가지고 해보자 생각하고 파고 들어갔죠. 색에도 고유의 파장과 주파수가 있는데 이게 잘 맞는 사람과 환경에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균형을 바로잡아줍니다.”

동양철학에서는 색에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간(肝)은 오행 중 목(木)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맞는 색깔이 푸른색이에요. 눈이 피로한 건 주로 간 때문인데 그래서 푸른색은 눈에 좋죠. 칠판 색깔이 녹색인 것도 이 때문이에요.”

반면 빨간색은 에너지를 활성화하고 의욕을 강하게 키워준다. “빨간 내복을 입은 사람은 실제 외부 온도가 오르지 않더라도 체감 온도가 더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노란색 계열(황토색)은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균형을 잡아주죠. 따라서 식탁보로 노란색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위에서부터 집 안의 기운을 바꿔주는 그림, 다이어트에 좋은 그림, 머리가 맑아지는 그림. 색채마음연구소 제공
색채에 대한 연구에 철학과 심리학적 배경을 더하고 환경을 통한 치료인 에코세러피(eco-therapy)까지 그는 자발적으로 마음의 부조화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그림치료뿐 아니라 직접 이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고 조명 프로그램도 디자인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은 본인의 의지. 이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장 소장은 “마음의 부조화는 주변 환경 및 가족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한 자세한 얘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는 한 어머님이 중학생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며 데려왔어요. 제가 대화를 해보니 이 학생은 ‘공부하라’는 말에 너무 강한 부담을 느낀 나머지 공부를 두려워하고 있었어요. 저는 ‘공부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에 놀랐지요. 하지만 제 뜻은 ‘공부를 아예 하지 마’라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고 이 학생에게 맞는 색채와 음악을 접하게 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이 풀어졌지요.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와 리듬이 깨진 것을 긍정적으로 바꾸게 도와주는 데 색채와 음악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음식도 중요하고요.”

그가 ‘멀티 세러피’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어느 하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이들 생각부터가 멀티미디어예요. 문제 해결도 그래서 ‘힐링 아트’도 멀티미디어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죠.”

‘멀티 세러피’는 멀티(Multi)와 세러피(Therapy)의 합성어로 그림, 음악, 운동을 통한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교육, 치료효과를 연구하는 학문. 개인의 심리적 상태, 신체적 상태를 고려해 가장 적합한 케어 방법을 계획하며 외적인 건강과 함께 내적인 건강(Inner beauty)을 함께 다스리는 것이 핵심이다.

멀티 세러피 힐링 아트 방법의 하나로 ‘드로잉 치유’ 프로그램도 있다. 스스로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면서 스스로에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파장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드로잉은 소근육과 대근육 운동을 활성화하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줘 꾸준히 하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장 소장은 힐링 아트와 명상을 결합한 ‘컬러 메디테이션(color meditation)’ 발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과 힐링 아트 전문가 과정 등을 통해 힐링 아트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공공장소에 대규모 공공 힐링 아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 힐링 아트 작품을 설치하기로 당국과 합의해 준비하고 있어요. 좀 더 많은 사람이 힐링 아트 작품을 보고 마음의 안정을 얻으면 팍팍한 도시의 삶도 조금은 여유로워지겠죠.”

성남=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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