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전갈··· 거미··· 고슴도치··· 왜 기르냐고요? 남모를 매력있답니다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특이 애완동물 키우는 이들이 말하는 색다른 재미

거미 전갈 지네 등 과거에 혐오스럽게만 여겨졌던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거미 등 절지류를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인 네이버 카페 ‘아이모’의 운영진인 정아 씨(왼쪽)와 이성현 씨가 이 씨의 타란툴라 거미를 살펴보고 있다. 이 씨는 크고 작은 거미를 20여 마리나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거미 전갈 지네 등 과거에 혐오스럽게만 여겨졌던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거미 등 절지류를 기르는 사람들의 모임인 네이버 카페 ‘아이모’의 운영진인 정아 씨(왼쪽)와 이성현 씨가 이 씨의 타란툴라 거미를 살펴보고 있다. 이 씨는 크고 작은 거미를 20여 마리나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정아 씨(30·여)의 방 안. 김치통 크기의 투명한 사각용기에 들어있는 아이 주먹만 한 새까만 물체가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 물체의 정체는 바로 전갈. 정 씨는 “평소엔 손으로 만져도 얌전한데 오늘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예민하게 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방이라도 위로 튀어나올 것은 모습에 기자가 불안한 기색을 보이자 정 씨는 “독침을 가지고 있지만 인체에 치명적인 독은 아니다”라며 안심을 시켰다.

정 씨가 전갈 같은 특이한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의 일. 정 씨 입에서는 개구리, 열대어, 거미, 지네, 뱀, 전갈 등 ‘과연 애완용으로 키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동물 이름이 술술 흘러나왔다. 그는 전에 기르던 개가 죽자 ‘무슨 동물을 기를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거미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특이한 동물에 관심을 가졌다. 뱀도 길러봤고 지금은 거미와 전갈을 기른다. 거미, 지네 등 ‘절지류’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네이버 아이모)에서 운영자로 활동 중인 그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절지류에 관심이 높다”며 “현재 카페 회원이 3000명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 “혐오스러운 벌레, 왜 기르느냐고요?”

역시 이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성현 씨(28·인천 계양구 용종동)는 타란툴라 거미 등 20마리가 넘는 거미를 애완용으로 키우고 있다. 이 씨는 거미를 키우면서 다른 애완동물을 기를 때는 경험하기 어려운 매력을 수시로 발견한다고 말했다. “탈피 과정을 거쳐 거미의 몸집이 불어나거나 먹잇감을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단번에 생명의 신비에 매료될 수밖에 없죠.”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에 대해 가족이나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씨는 “한 번은 동생이 호기심에 사육통 입구를 열었다가 거미가 도망치는 바람에 온 가족이 혼비백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과거에 뱀을 키우다가 손등을 물린 경험도 있다”며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 놔두고 하필이면 왜 벌레를 키우느냐고 묻는 분도 있다. 하지만 자꾸 끌리는 걸 어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이 애완동물에 쏟는 정성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정 씨는 “살아 있는 먹이를 주려고 먹이용 애벌레나 귀뚜라미를 수십 마리씩 직접 기른 적도 있다”며 “평소에는 바퀴벌레만 봐도 진저리치는데, 먹이용 곤충이 너무 크면 손이나 칼로 잘게 잘라 주기도 한다”고 했다. 거미나 전갈 등 절지류는 대부분 열대지방이 고향이라 겨울철에는 온도나 습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이 씨는 “거미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웬만하면 겨울철에는 이사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 고슴도치가 우리 사랑 메신저


모은비 씨(28·여·광주 남구 봉선동)는 고슴도치(사진)를 8마리나 기르고 있다. 5년 전 생일에 직장 상사가 고슴도치를 선물해 준 것이 인연이 됐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고슴도치는 반응이 많지 않은 동물이라 기르는 재미가 적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사실 길이 들면 몸에 돋친 가시를 눕혀서 주인이 만지게 해주고, 이름을 부르면 쪼르르 달려오기도 하는 매력적인 동물이죠.”

국내에서 주로 애완용으로 사육되는 고슴도치는 유럽에서 들여온 ‘피그미 고슴도치’라는 품종.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앙증맞고 귀여워서 인기가 높다. 모 씨는 고슴도치 덕분에 좋은 배필도 만났다. 2007년 고슴도치 사육 카페에서 현재의 남자친구 김원철 씨(29)를 알게 된 것. 올해 결혼할 예정이라는 두 사람은 얼마 전 서로가 기르던 고슴도치 살림부터 합쳤다. 모 씨는 “남자친구가 고슴도치 키우는 게 영 못미더워서 제가 맡아 기르고 있다”며 “고슴도치가 우리 두 사람을 이어준 셈이니 결혼 후에도 쭉 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는 저변이 넓어졌지만 특이한 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모 씨는 “집에서 키우던 고슴도치 입에 종양이 생겨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도 동물병원에서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한 달간 주사기로 먹이를 입에 넣어 준 적도 있다”며 “한번 질병에 걸리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고슴도치의 평균 수명이 4, 5년인데도 생후 3년이 지나면 병으로 잃는 경우가 많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씨도 “국내에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절지류 사육 정보가 드물어 사육 경험이 많은 카페 회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해외 사육자들이 블로그 등에 올려놓은 정보를 구하려 인터넷 검색을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과거에 이색 애완동물은 개인끼리 알음알음으로 분양을 받아야 했지만, 현재는 이색 동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도 생겼다. 사육하려는 동물은 물론이고 사육통, 먹이 등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지만 개인 간 거래인데도 다소 가격이 높은 것은 흠이다. 또 이런 쇼핑몰 가운데는 불법으로 동물을 수입하는 곳도 일부 있다.

정 씨는 “호기심이 앞서 동물부터 분양받으려 서두르기보다는 인터넷 동호회 등에 가입해서 사육 관련 정보와 노하우를 충분히 익힌 뒤 분양을 받는 편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