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성 운동’ 이주연 목사 e메일 글 묶은 ‘주님처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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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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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음성, 매일 25만명과 나누죠”

영성이 담긴 글 ‘산마루 서신’의 저자인 이주연 목사는 최근 개신교계의 갈등과 분쟁에 대해“능력이 있으면 교회는 커진다. 그렇다고 내 집, 내 통장이 커지면 안 된다”며 “인생의 지막 순간을 출발점으로 바꿔 오늘을 다시 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마루교회
영성이 담긴 글 ‘산마루 서신’의 저자인 이주연 목사는 최근 개신교계의 갈등과 분쟁에 대해“능력이 있으면 교회는 커진다. 그렇다고 내 집, 내 통장이 커지면 안 된다”며 “인생의 지막 순간을 출발점으로 바꿔 오늘을 다시 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마루교회
한 신학자가 얼마 전 다시 오신 예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하신 말씀은 아이들 책처럼 쉬워서 저희들은 요즘, 잘 취급하지 않습니다.”

예수의 답은 무얼까? “도로 표지판이 어려우면 되겠는가? 자네들은 천국이 있을까 없을까를 심각하게 논의하지만 나는 천국 가는 이정표만을 간단히 이야기해 둔 것이라네!”

매일 e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글 ‘산마루 서신’으로 유명한 이주연 산마루교회 담임 목사(54)가 최근 출간한 ‘주님처럼’에 실린 글의 일부다. 그는 2003년부터 홈페이지(www.sanletter.net)를 통해 묵상으로 얻은 영성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현재 이 서신의 독자는 25만 명에 이른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3000여 편의 글 중 260여 편을 모은 것이다.

그는 4일 “25만 명의 초대형 교회”라고 운을 떼자 “하는 것 없이 목회 30년 세월만 보냈다”고 웃는다. 그러면서 ‘당신은 서신으로 밥값은 하는 셈’이라는 아내의 위로를 전했다.

“1990년대 초반 21세기 영성의 시대를 대비하여 내면의 음성을 듣는 영성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까운 분들에게 글을 보낸 것이 시작이죠.”

그에게 이 서신들은 일기이자 반성문이다. 어느 날 아주 깨끗하게 닦인 유리문을 지나다 머리를 크게 부닥쳤다는 그는 아뿔싸, 통증 속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악의 길은 다 열려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다 닫혀 있고, 하나님이 원하는 좋은 길은 다 닫혀 있는 것 같지만 활짝 열려 있다. 문이 없어 열린 줄도 모른다.(웃음)”

이 목사는 큰 외침보다는 산마루 서신을 통한 조용한 소리로 영성 운동을 펼치면서 노숙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북악산 기슭의 부암동 기도실 부근에 사랑의 농장을 조성해 노숙인과 함께 일을 하며 자활자립을 돕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학교수와 전문가 20여 명이 강사로 참여한 ‘산마루 해맞이 학교’라는 노숙인 대학을 열었다. 11일 산마루 해맞이 선교회를 발족한 뒤 3월 경기 포천시에 독지가로부터 무상 임차한 1만여 평의 사랑의농장을 조성해 자활공동체를 꾸린다.

“노숙인들은 밥과 돈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스스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영적인 힘, 정신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상실감을 덜어주면서 자존감을 키울 수 있게 합니다.”

아이티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모금할 때의 일이다. 1000원짜리도 나왔고, 모두 2만3000원이 넘게 모였다. 이 목사는 “300원, 500원을 벌기 위해 한 시간을 걸어 다니는 분들의 손에서 나온 귀한 돈”이라며 “노숙인 중에도 봉사하고 베푸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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