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에 어울리는 따뜻한 이야기’]<7>인생과 싸움을 멈추면 행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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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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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말걸기/대니얼 고틀립 지음/문학동네

누가 하는 말이냐에 따라 그 말의 무게는 달라진다. 여기 한 사내가 있다. 1979년 12월 20일, 그는 서른세 살의 심리학자로 ‘중독’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며 아름다운 아내와 학교에 막 들어간 두 딸이 있었다. 그러나 그날 아침 그가 출근을 하기 위해 차로 향하던 그 발길은 그가 두 발로 땅을 디딘 마지막 걸음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고속도로에서 트럭이 그의 자동차를 덮치면서 그는 척추손상을 입고 휠체어에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극심한 우울증과 이혼, 자녀들의 방황, 아내와 누나, 부모의 죽음도 차례로 목도했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손자 샘이 자폐증 판정을 받자 어린 손자의 가슴에 전해주고픈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펴내면서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오늘날 그는 심리학자이자 가족문제치료전문가로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그는 장애인으로 살게 되면서 일반인들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한다.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그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저자는 인생과 전쟁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나무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인생은 그렇게 경쟁적인 상태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행복을 가져다 줄 나무를 찾기 위해 승리자와 패배자라는 이분법 안에 자신을 가두지 마라. 그런 판단을 멈추면 인생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가꿔 나가야 할 선물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젠가 닥칠지 모를 끔찍한 재앙을 두려워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둔다. 휠체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걱정을 하고, 소변이 마려우면 혹시 고무관이 새고 있지 않나 가슴 졸이고, 중요한 모임에 참석하게 되면 코트를 걸어줄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하지만 그 불안과 어깨를 부딪치며 함께 걸어간다. “더 이상 이것을 어떻게 해보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둔다. 그 과정에서 불안은 더 이상 내 삶을 장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죽음에 관한 라디오 방송 녹화를 위해 말기 암 환자를 인터뷰하면서 함께 웃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죽음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죽음에 대한 불안이 문제가 아니라 그 불안을 부정하는 마음이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희망을 찾기 힘든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풀어놓으며 그는 ‘희망 없음’이 선물이 될 수 있는 자신의 통찰을 얘기한다. 그는 사고 직후 2년만 살겠다고 다짐을 했다. 2년 후 걸을 수 있는 희망만 있다면 살겠다고 절대자에게 간구했지만 그가 들을 수 있는 답은 “희망은 없어, 살거나 죽거나 오직 그뿐이네. 알아서 선택해!”라는 것이었다. 희망이 없음에도 그는 삶을 택했다. 그는 “희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그 이후의 날들이 우리 인생의 진실임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야기를 풀어놓은 내내 그는 다른 사람과의 가슴 떨리는 진정한 소통을 강조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건강을 고려할 때 이 책이 마지막 저술이 될 것 같다’고 밝힌다. 그는 “이 마지막 순간, 내 마음에 다정함이 차오릅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을 느낍니다. 부디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랍니다”라며 글을 맺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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