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을 먹는데 잠시 비가 내렸다. 9월은 캄보디아의 우기다. 하늘이 개고, 천국의 풍경이 다가왔다. 햇살과 풍광이 어우러져 완벽한 순간을 만들었다. 만지면 잡히는 곳인데, 만질 수 없을 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낙후한 교통 때문에 여정은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의 휴식이 오아시스 같았던 것은. 시아누크빌(캄보디아)=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동아일보는 여행전문 케이블 TV 채널 ‘폴라리스 TV’, 캄보디아의 최대 민영 방송사 ‘바이언(Bayon) TV’와 손잡고 크로스미디어 기획을 선보입니다. 동아일보는 그간 ‘다윈을 따라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 등 다양한 크로스미디어 기획을 선보여 왔습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들 방송사 제작진과 함께 캄보디아 남부 해양 휴양지인 캄포트와 케프, 시아누크빌을 현지 취재했습니다.
캄보디아 해양 휴양지의 속살을 동아일보 지면과 동아닷컴(www.donga.com)을 통해 영상과 사진, 기사 등으로 만나세요. 이 기획은 폴라리스 TV ‘여행의 발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주 1회 시청할 수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해외 공동제작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으며 한국방송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시아누크빌을 검색하자 여행 기사가 아닌 사회면 기사가 먼저 떴다. 2007년 6월 항공기 추락사고 관련 기사였다. 당시 시엠레아프 공항을 이륙한 캄보디아 PMT 항공 소속 여객기가 시아누크빌로 향하던 중 프놈펜 남쪽 밀림에 추락해 한국인 13명을 비롯한 탑승자 22명 전원이 숨졌다.
한국에서 꽤 파장이 컸던 비행기 사고 발생지였다는 기억 외에도 기자를 괴롭힌 점은 교통편이었다. 시아누크빌로 향하는 항공편은 사고 이후 전면 중단됐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그리고 앙코르와트가 있는 시엠레아프에서 고속버스가 다니지만 프놈펜에서는 4∼5시간, 시엠레아프에서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 캄보디아 유일 ‘럭셔리’ 휴양지
기자는 이전 여행지인 케프를 출발해 시아누크빌로, 그리고 프놈펜으로 오갈 자동차를 빌렸다. 도요타의 ‘캠리’ 승용차를 운전사까지 함께 이틀간 쓰는 데 현지 한인 여행사에 미화 210달러를 냈다. 한국보다는 쌌지만 현지 고속버스 비용이 편도에 10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됐다.
프놈펜∼시아누크빌을 오가는 2차로 도로는 캄보디아의 ‘경부고속도로’격의 도로로 가장 상태가 좋다. 그렇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지방 국도에 가깝다. 도로에는 차와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대단히 중요한 재산인 소가 함께 오갔다. 소를 포함해 모든 운전자는 눈치껏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규칙은 있다. 자신이 추월하겠다는 의지를 앞 운전자에게 경적소리로 알리는 일이다.
이처럼 불편한 여건을 감수하고라도 시아누크빌에 가보라고 말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 법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로 그렇다’에 표를 던지겠다. 만약 남성 여행자라면 ‘그렇다’에, 여성 여행자라면 동행이 있다는 전제 아래 ‘그렇다’에 동의하겠다.
캄보디아의 해양 휴양지 가운데 캄포트와 케프가 대중 휴양지라면 시아누크빌은 캄보디아의 유일한 고급 휴양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한국 식당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식당가가 발달해 있다. 소카, 인디펜던스, 세렌디피티, 빅토리 등 여러 해변이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낸다. 해산물도 유명하다. 기자가 고용한 캄보디아인 운전사는 가족에게 주겠다면서 게를 한 박스 사 가기도 했다. 30달러 안팎이면 해변에서 비교적 깨끗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WiFi)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숙소가 많았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발행된 시아누크빌 관광 안내서는 ‘럭스 시티 가이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작성된 여행 안내서와는 시선이 달라 흥미로웠다. 현지 안내서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학교에 가지 않고 구걸을 하니 함부로 적선을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고 있었다.
○ 유럽인이 찾는 리조트 ‘소카 비치’
시아누크빌에서 가장 유명한 리조트는 소카 비치 리조트다. 캄보디아의 리조트 회사인 소카 그룹이 시아누크빌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카 비치에 2004년 리조트를 열었다.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소카 해변은 리조트 이용객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반 관광객은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소카 해변을 이용할 수 있다.
리조트는 캄보디아에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설과 서비스 모두 동남아의 웬만한 리조트에 뒤지지 않았다.
마이클 림 총지배인에 따르면 리조트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은 북유럽 국가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인이다. 이곳은 가장 추운 12월 평균온도가 섭씨 20도로, 연중 태양이 쨍쨍하고, 우기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림 씨는 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3개의 코스를 순환한다고 소개했다. 소카 해변에서의 일광욕∼스파∼실내 풀장에서의 수영이다. 인건비가 무척 싸기 때문에 리조트 어디에 있어도 시중을 들 사람이 ‘상시 대기중’ 이었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마사지는 몸 전체를 스트레칭하듯 마사지하는 게 특색이다. 마사지 시간이 2시간이 넘자 받는 사람이 오히려 지루해졌는데 마사지사는 끝까지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가격은 5만 원가량이었지만 체감 가격은 20만 원이 넘는 듯했다. 사진 제공 소카 비치 리조트 휴식의 중심에는 스파가 있다. 비수기라 스파는 대부분의 상품을 반값 세일 중이었다. 무려 2시간 30분 동안 전신 마사지와 얼굴 마사지를 받는 데 47달러 50센트를 받았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마사지사는 오랜 시간 동안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식사 역시 리조트 안에서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요리는 야채를 풍부하게 써 담백하다.
소카 비치 리조트 숙박료는 11월 현재 인터넷 호텔 예약 서비스 기준으로 1박에 150달러 안팎이다. 11월에는 신혼여행객을 대상으로 수변에 독채형 객실도 문을 열 예정이다. 벽걸이 TV와 월풀 욕조 등 최신 설비와 작은 부엌이 딸려 있어 방해받지 않는 휴식이 가능하다. 가격은 일반 객실의 2배 이상으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아누크빌을 떠나면서 누구에게 이곳을 추천할지 꼽아봤다. 먼저 60대인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는 사람은 물론, 한국인조차 마주치기 싫어서 어디에선가 숨어 지내다 오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적극 이곳을 추천하겠다. 기자가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분명 무척 지쳐 있을 언젠가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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