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6>曰 有復於王者曰 吾力足以擧百鈞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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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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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宣王(선왕)이 惻隱之心(측은지심)을 지녀서 仁政(인정)을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헤아리고는, 위와 같이 비유의 말을 했다. 이 비유는 潛在(잠재) 능력이 있는데도 자각하지 못하거나, 자기 능력을 알면서도 發揮(발휘)하지 않는 사람을 覺醒(각성)시킬 때 사용할 수 있다. 맹자는 그 두 사례를 모두 포괄해서, 제선왕에게 仁政을 실행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이 있음을 자각시키는 동시에, 제선왕이 자신의 자질을 擴充(확충)하지 않는 점을 힐문했다. 대화의 기법이 교묘하다.

有復於王者 이하는 假設(가설)의 말이다. 復은 아뢸 白과 같다. 足以는 두 글자를 연용해서 ‘∼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다. 鈞은 무게의 단위인데, 一鈞은 30斤(근)이다. 百鈞은 손으로 들지 못할 정도의 무거운 물건을 나타낸다. 而는 역접의 접속사다. 明은, 여기서는 시력을 말한다. 秋毫는 지극히 가는 물건을 비유한다. 짐승이 가을에 털갈이할 무렵에는 털끝이 아주 가늘게 되므로, 微細(미세)한 것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한다. 한문에는 이렇게 具象的(구상적)인 비유어가 많다. 불교의 禪宗(선종)은 특히 구상적 비유어를 멋지게 구사한다. 輿薪은 수레에 가득 실은 섶이니, 눈에 잘 띌 정도로 아주 큰 것을 비유한다. 許之는 그 말이 可(가)하다고 인정함이다.

맹자가 말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생명을 존중하고 남의 불행을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좀처럼 확충하지 못한다. 할 수 있는데도 할 수 없다고 하니 매몰차기만 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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