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01>曰有之하니이다 曰是心이 足以王矣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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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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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나라 宣王에게 그가 왕 노릇할 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음을 自覺(자각)시키기 위해 제선왕의 신하 胡흘(호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호흘에 따르면 제선왕은 종의 표면에 짐승 피를 바르려고 소를 끌고 가는 자를 보고는 소 대신 양으로 대신하라고 했다고 한다. 맹자가 제선왕에게 그런 사실이 있었느냐고 묻자, 제선왕은 그런 일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에 맹자는, 백성들은 모두 왕이 소를 아까워해서 양으로 대신하게 했다고 보고 있지만 자신은 왕이 소가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해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曰이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 曰은 제선왕의 말, 두 번째 曰은 맹자의 말이다. 有之의 之는 소를 양으로 대신하게 한 일을 가리킨다. 足以는 가능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동사구이고, 王은 동사이다. 以王爲愛에서 爲는 ‘∼라고 여긴다’는 뜻의 판단동사이다. 愛는 ‘아까워함’이니, 여기서는 ‘소를 아까워함’이다. 참고로, 고전어 割愛(할애)는 사랑하는 것을 버린다는 뜻이고, 일본한자어 割愛는 아까워해서 안 쓴다는 뜻이다. 固는 ‘진실로’란 뜻의 부사이다. 不忍은 不忍殺(불인살·차마 죽이지 못함)의 줄임말이다.

맹자는 제선왕의 不忍殺이 惻隱之心(측은지심)의 發露(발로)이고 惻隱之心은 곧 仁의 端緖(단서)이기에, 이 仁의 단서를 擴充(확충)한다면 四海를 보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정녕 사상과 이념은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할 때 힘을 발휘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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