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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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국악과 양악을 접목하며,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피아니스트 임동창 씨가 새 창작곡집을 냈습니다.

(구가인 앵커) 지난 10여 년 간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는 임동창 씨를 전북 남원에서 만났습니다.

***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인 한옥방.

서양 건반악기로 연주하는 우리가락은 색다른 느낌을 자아냅니다.

(인터뷰) 임동창 / 국악 피아니스트
“내손에 잡혀지고 만져지는 창작의 소스는 뭘까. 그게 바로 국악인거에요. 이 땅에 자라 나와 똑같은 조상이 남긴 음악. 그걸 가지고 내가 새롭게 작업하는 거. 그럼 재미있단 말예요.”

국악 피아니스트 임동창 씨. 지난 2000년 연주자이자 작곡가, 방송진행자로 인기를 구가하던 그는 “오롯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때까지 두문불출 공부만하겠다” 선언하고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인터뷰)
“처음에는 사실 1년을 계획했어요. 그런데 일년 가지고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불안한 것 보다 굉장히 행복했어요. 왜냐면 저는 뜻을 세워서 내가 진정으로 열정을 쏟아 부으면 반드시 나온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임동창 씨는 최근 10년의 침묵을 깨고 새 창작곡집을 냈습니다.

국악을 새롭게 디자인하며 ‘허튼가락’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악보의 아무 곳에서나 연주를 시작해도 음악이 되고, 연주자에 따라 빠르기나 셈 여림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는 ‘허튼가락’의 음악적 뿌리를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져 오는 한국 전통 음악인 향악에서 찾습니다.

(인터뷰)
“몇 천 년이 흘러도 그 DNA를 바꿀 수 없어요. 그래서 오롯한 우리의 모습이 담긴 음악이 뭘까 했더니 그게 정악 안에 들어간 향악이었어요. 수제천이니, 영산회상이니 그런 음악이었죠.”

음악을 만드는 10년 간 전국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고 2년 전에는 전북 남원에 거처를 잡았습니다.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쓰지 않는다는 그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한옥집이 더울 때면 가까운 지리산으로 피서를 나갑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그를 ‘기인’ 또는 ‘도깨비’ 라는 별명으로 부릅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드라마틱합니다.

(인터뷰)
“중2 첫 음악시간이 됐어요. 친구들과 막 떠드는 거야. 음악선생님은 뭐 그냥 들어봐라 하고 연주를 해요. ‘고향집에 홀로 계신~’ 앞자리에 앉아서 막 떠들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가... 연주를 잘 한다던가 피아노가 좋거나 그런 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냥 그 소리가 들어온 거예요. 몸 속으로, 감전된 거 같이... 달리 표현 할 게 없으니까, 그냥 신 내린 거 같이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죠.”

작곡을 시작하게 된 건 열일곱 살. 첫사랑의 절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악보에 담았습니다.

(인터뷰)
“가슴 속에 수많은... 밤 하늘에 은하수 박히듯이 총총총총 뭐가 박히는 거예요. 이게, (첫사랑을) 데려다주고, 교회에 피아노 연습하려고 딱 앉으면 쇼팽을 연습했으니까 그걸 쳐야하는데, 그게 안쳐져. 딴 걸 치고 있는 거예요. 가슴속 드라마를 손이 치는 거예요. 이게 뭐야. 아, 이게 작곡이구나! 그래서 작곡을 시작한거에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는 것은 임동창 씨의 오랜 목표입니다. 20대 초반 절에 들어 간 것도, 서양 음악을 전공했지만 국악과의 접목을 시도하게 된 것도 모두 같은 이유입니다.

(인터뷰)
“너무 다른 거예요. (국악을) 노래하는 사람은 ‘아아아~’ 이렇게 곡선을 만들고 한 음으로 희롱을 할 수 있는데, 피아노는 ‘땡. 땡. 끝이에요. 피아노는 안돼요. 그래서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하는 거예요. 이 피아노가 가진, 아직 개발되지 않은 무수한 가능성의 문을 여는 거예요. 이게 매력인거에요.”

누구보다 국악의 현대적 해석에 앞장섰던 만큼 최근 불고 있는 국악의 다양한 변화에는 적극 찬성했습니다.

(인터뷰)
“깊은 안목, 넓은 펼침... 그런 걸 섬세하게 공들이는 노력을 해야 할 거고. 국악전문가들이 보면 아쉬움이 있겠죠. 있겠지만 괜찮아요. 어쨌든 그런 과정이 섞이고 혼재하다가 우리 혼이 전면에 나서는 날이 올 거예요.”

오랜 시간 활동을 중단했던 만큼, 앞으로 보여줄 게 많다는 임동창 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습니다. 그의 답은 간단합니다.

(인터뷰)
“앞으로 계획? 저는 계획 같은 거 세우지 않고(웃음). 자연스럽게 앞에 닥치는대로 인연 따라서... 맡기고 사는 거예요. 물이 흐르잖아요. 물이 흐르는 데 나뭇잎 마른 거 던져보세요. 제 의지를 가지고 가나. 물의 흐름에 맡기면, 그냥 가요.”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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