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서울/책 예술과 만나다]보는 책은 덮어라, 五感으로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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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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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사다리’ 구전동화 각색
연극 속 도깨비가 말 걸고
다양한 놀이로 상상력 키워

도서관 책읽기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책, 예술과 만나다’. 22일 서울 금천구 가산정보도서관에서 극단 사다리의 배우가 책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홍진환 기자
도서관 책읽기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책, 예술과 만나다’. 22일 서울 금천구 가산정보도서관에서 극단 사다리의 배우가 책 내용을 연극으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홍진환 기자
《“금 나와라 뚝딱” 하자 책 속에서 금이 쏟아지고 “은 나와라 뚝딱” 하자 책 속에서 은이 쏟아졌다. 21일 오후 2시 서울 금천구 가산정보도서관 6층 문화강좌실. 초등학생 30여 명은 책으로 만든 도깨비방망이, 책장을 날개 삼아 날아다니는 새를 보며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극단 사다리의 독서 프로그램 ‘책, 오감도’는 ‘움직이는 책 연극’으로 시작했다. 도깨비이야기 ‘길어져라 뚝딱 넓어져라 뚝딱’을 각색한 연극이다.》금은이 쏟아지는 책은 실은 책장에 금박종이와 은박종이를 붙인 것. 책장을 이어붙인 나무줄기, 책으로 만든 꽃과 바위 등 무대 배경과 소품은 모두 책이었다.

‘책, 오감도’는 서울문화재단의 ‘책 읽는 서울’ 중 문화예술단체들이 책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꾸미는 ‘책, 예술과 만나다’의 일환으로 기획한 독서 프로그램. 극단 사다리는 1988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곳이다.

“지금부터 책을 여러분한테 나눠줄 거예요. 그런데 책을 읽지는 마세요. 책은 덮어서 무릎 위에 놔두는 거예요.”

40여 분간 연극을 본 아이들은 곧이어 그림책을 한 권씩 나눠 받은 뒤 교실에 원형으로 둘러앉았다. 극단의 책놀이 강사 정승원 씨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대신 책을 활용한 놀이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첫 번째 질문은 “책은 무엇일까요”였다. “책은 나의 생각” “책은 마음” “책은 나의 지식”이라는 답이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이 제시한 답은 “책은 이태리타월”이었다.

“자 다들 서로 책으로 등을 밀어주는 거예요. 아 시원하다∼.”

곧이어 책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답을 맞히는 퀴즈가 시작됐다. 선생님의 엉뚱한 답에 웃음을 터뜨리던 아이들은 곧 상상력 가득한 문제들을 내놨다. 책은 머리에 쓰면 모자, 땅 위에서 굴리면 볼링공, 책 표지를 펼친 뒤 버튼을 누르면 전화기가 됐다. 답을 맞힌 아이들은 저마다 책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책박수’를 쳤다.

순서는 책 속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 찾기, 가장 추운 장면 찾기, 가장 향기로운 장면 찾기 등으로 이어졌다. 선생님이 책을 펼쳐 보여주자 아이들은 “아 춥다”를 연발하거나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연극을 포함해 두 시간 가까이 수업이 진행됐는데도 지루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아이는 없었다.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자이기도 한 정승원 씨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사용해 책 냄새도 맡아보고 소리도 들어보면서 아이들이 책을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유빈 양(서울 가산초 3년)은 “책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책은 읽기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놀러 왔다 우연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김관우 군(울산 성안초 3년)은 “평소에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면 줄거리만 쓰게 되는데 오늘은 여러 느낌이나 생각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저마다 그림책을 품에 꼭 안은 채 선생님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책은 읽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책을 재미있게 만날 수도 있어요. 여러분 그럼 집에 가서 그림책 많이 사랑해 줄 수 있어요?” “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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