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소설 탐독이 정조 ‘문체반정’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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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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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철 교수 ‘잡서 금지’ 등 배경 분석
“아버지가 공격 받은 행동 피하려 한 듯”

정조
조선의 정조는 1792년 고문을 어지럽히는 문체를 단속해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시행했다. 한문 문장을 순정고문(醇正古文)으로 되돌리고 패관소설과 잡서의 수입을 금했다. 새로운 문장 체제로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에게는 ‘반성하라’는 뜻에서 고문(古文)으로 글을 써 바치게 했다.

문체반정의 배경에는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소설을 탐독한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용철 고려대 중문과 교수는 16일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가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연 ‘중국 고대문화와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 ‘중국소설과 조선왕실’을 통해 “정조가 소설 탐독을 ‘폐단’으로 몰아 비난한 것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소설 애호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도세자가 소설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지난해 화첩 ‘중국역사회모본(中國歷史繪模本)’의 서문이 사도세자의 친필로 확인되면서 입증됐다. 이 서문에는 금병매 육포단과 같은 연정소설을 포함해 수십 권의 소설책 목록이 적혀 있다.

▶본보 2009년 3월 23일자 A13면 참조
[단독]사도세자 최후 친필은 어떤 내용?


정조는 아버지와 달리 소설을 크게 경계했다. 정조 15년(1791년) 11월 7일 정조실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요즈음 습속을 보면 모두 경학(經學)을 버리고 잡서를 따라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가 소설에 대해서는 한 번도 펴본 일이 없으며, 내각(규장각)에 소장했던 잡서도 이미 모두 없앴으니, 여기에서 나의 고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 교수는 이 중 ‘내각에 소장했던 잡서’를 사도세자가 즐겼던 소설로 추측하며 “사도세자의 소설 애호는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비행을 비난하는 편에서는 최대의 공격 대상이 되었을 것이고 훗날 국왕에 오른 아들(정조)에게는 가장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문체반정에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정조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행동을 피하려 했다는 시각은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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