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얘들아, 신나게 한번 놀아볼까” 무용수와 성악가 어깨 힘 뺐다

  • Array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무대 안무 ★★★★ 관현악 ★★★★ 성악진 ★★★☆

국립오페라단이 9일 공연한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아이의 장난에 시달리던 찻잔이 억지로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이 9일 공연한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아이의 장난에 시달리던 찻잔이 억지로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춤을 추고 있다.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9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라벨의 단막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은 국립오페라단이 ‘내 생애 첫 오페라 시리즈’ 첫 무대로 제작한 작품이다. 시리즈 제목처럼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감상할 무대를 만든다는 게 기획 포인트다.

오페라는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공부하다 따분해진 어린이가 가구와 동물들을 못살게 굴다 보복을 당한다는 줄거리다. 극 중반 배경이 실내에서 야외로 바뀌면서 어린이 관객들의 눈이 커졌다. 실내 무대가 오른쪽으로 물러나고 멀리 있던 나무들이 회전하면서 전면에 등장하자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양이는 물론 시계와 찻주전자, 개구리나 잠자리를 형상화한 국립발레단의 무용이 정교했고 잦은 변화로 흥미를 주었다.

연출과 안무를 맡은 마거릿 돈론 씨는 주요 배역들이 무대에 이중으로 등장하도록 했다. 무대 전면에서는 무용수들이 해당 배역을 춤으로 표현하고, 무대 가장자리에서는 성악가들이 같은 배역을 노래로 표현하면서 색다른 효과를 낳았다. 타이틀롤인 ‘어린이’만 유독 소프라노 정시영 씨와 같은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단원이 같은 옷을 입고 무대 안쪽에 등장했는데 두 사람의 인상이 흡사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반주는 정민 씨가 지휘하는 MFO 오케스트라가 맡아 한 편의 교향시를 연상케 하는 라벨의 유기적 관현악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올해 26세의 지휘자 정 씨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3남이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관현악단이 다 들어가지 않아 팀파니 등 타악기와 하프 같은 덩치 큰 악기들을 무대 양쪽에 배치했다. 이 악기들을 연주하는 모습이 어린이 관객들의 주의를 끌어 좋은 효과를 낳았다. 성악진의 인상이 크게 두드러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벽시계의 둔중한 인상이나 나이팅게일의 빠른 고음을 묘사하는 가수들의 기량도 불만을 남기지 않았다.

사족.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두 거장이 라벨과 드뷔시다. 드뷔시의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코너’는 첫 곡에서 피아노 연습에 지친 어린이가 공상에 빠져드는 모습을 그렸다. 두 사람이 ‘어린이’를 소재로 작곡한 작품들이 모두 ‘권태’의 묘사로 시작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꿈처럼 모호한 것, 덧없이 부유하는 것, 때론 권태에서 출발하는 공상이 인상주의 예술작품의 주요 테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공부에 지친 한국 어린이들에게 이 작품은 일상을 탈출하는 유쾌한 체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8100∼3만6000원. 18일까지 오후 7시 반(17일 오후3시, 7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6-5282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