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모조품을 입고 먹고 쓰는 중국일상문화로 이해하고 대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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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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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전쟁’ 홍순도 씨

변영욱 기자
변영욱 기자
중국의 짝퉁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1997년부터 10여 년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한 홍순도 씨(52·사진)가 오랜 중국생활 경험과 현장취재 결과를 엮어 펴낸 ‘짝퉁전쟁’(올림)은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중국의 모조품 문화를 분석한 책이다.

짝퉁이 중국에 얼마나 많기에 이런 책을 썼을까. 8일 만난 홍 씨는 이 질문에 난감해했다.

“계란부터 전투기까지, 제품은 물론이고 사람(연예인)까지 다 짝퉁이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 자동차도 짝퉁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하루 24시간을 짝퉁에 둘러싸인 채 생활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중국 전역을 뒤덮고 있는 짝퉁 제품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중국인 지인이 말해 준 ‘짝퉁과의 일상’을 들어보면 짐작이 갈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술을 먹고 깬 아침, 머리가 유난히 아프면 전날 밤 가짜 술을 마셨을 공산이 크다.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마시는 차는 장얼위안(張二元)인데, 유명한 장이위안(張一元)의 짝퉁이다. 출근할 때 입는 옷의 브랜드는 바오시우(報喜烏). 이건 바오시냐오(報喜鳥)의 짝퉁이다. 출근길에 들른 주유소는 중웨이스유(中圍石油). 중궈스유(中國石油)인 줄 알고 들어간다.”

이후 점심때의 코카콜라, 퇴근 후 장을 보기 위해 들른 슈퍼마켓, 그곳에서 구입하는 광천수나 맥주 등이 모두 짝퉁이다. 유명 불고기 프랜차이즈 식당의 음식 맛이 이상해서 간판을 다시 보면 싼치앤리(三千里)가 아니고 싼간리(三干里)인 식이니 중국인들도 못 알아채기 일쑤다. 세제와 같은 생활용품 등은 싼값 때문에 짝퉁이 많이 팔리다 보니 소비자들이 짝퉁을 ‘진품’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짝퉁은 반드시 소비자를 속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조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행위는 일종의 문화라는 것이 홍 씨의 설명이다. 이는 산자이(山寨) 문화로 불린다. 대만 출신 가수 저우제룬(周杰倫)을 흉내 낸 짝퉁 가수 10여 명이 나름의 인기를 얻으며 연예활동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50%의 가격에 80%의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을 살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짝퉁은 일부 계층에서만 누릴 수 있는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비슷하게 만들어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의적(義賊)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큰 기업들도 버젓이 짝퉁을 만든다. 벤츠 스포츠카 CLK를 모방한 ‘비야디 S8’ 등은 중국의 ‘정식’ 자동차회사인 비야디(比亞迪) 제품이다

짝퉁 제품이 범람하는 중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홍 씨는 말한다. “중국 회사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자동차회사들도 산업 성장 초기에 선진국의 자동차를 베꼈다고 말하고, 한국을 아는 중국인들은 한국에서는 짝퉁 핸드백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다.”

모방을 통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자체 경쟁력을 갖춘 제품도 늘고 있다. 아이폰을 흉내낸 마이폰과 하이폰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짝퉁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홍 씨는 “짝퉁에 대한 가치 판단을 떠나 중국 내 짝퉁 문화를 알아야 피해를 보지 않는다”며 “중국의 짝퉁 문화가 10∼20년 내에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짝퉁을 다룬 책의 제목에 ‘전쟁’을 붙인 이유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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