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잔혹한 전쟁의 증인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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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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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사라져가는 6·25
생생한 비극의 현장 재현 붐

韓美北中군인들 증언 토대
전투일화 -미망인의 삶 복원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폭풍’이라는 암호명이 38선 부근
북한군 부대에 하달되자
소련제 야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이
올해로 발발 60년을 맞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희미해지는
6·25전쟁의 이미지를
복원하려는 듯 당시 수많은
전투와 참상을 생생하게
재현한 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존 톨랜드의6·25 1,2/존 톨랜드 지음·김익희 옮김/각 436, 468쪽 각 1만6500원·바움
◇존 톨랜드의6·25 1,2/존 톨랜드 지음·김익희 옮김/각 436, 468쪽 각 1만6500원·바움
‘존 톨랜드의 6·25전쟁’은 고증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전쟁 다큐멘터리 작가로 유명한 존 톨랜드(1912∼2004)가 쓴 책.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6·25의 배경과 원인, 전개, 결과, 역사적 의의가 담겼다.

6·25전쟁에 관한 전범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많이 읽히고 인용되는 이 책은 전쟁 발발 하루 전인 1950년 6월 24일부터 포로교환이 있었던 1953년 9월까지 상황을 11부로 나눠 긴박감 있게 재현했다. 객관성을 위해 저자는 남한과 미군 관계자뿐만 아니라 중국과 북한 군인들까지 만나 증언을 들었다.

개전 몇 시간 만에 국군 제1사단 예하 13연대의 병사 90명은 북한의 전차를 향해 폭약을 안고 뛰어들었다. 미국이 남기고 간 소형 2.36인치 바주카포가 옛 소련제 전차에 맞아 탁구공처럼 튕겨 나오자 육탄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미군은 1949년 6월 남한을 떠나면서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못하도록 전차나 항공기 등 중무기를 남기지 않았다. 반면 북한에는 소련이 남기고 간 박격포, 곡사포, 자주포, 대전차포와 T-34 전차 등이 즐비했다.

이 책에는 한강철교 폭파, 남한을 떠나려는 인파와는 반대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종군기자들, 낙동강전투와 인천상륙작전, 서울 수복, 중공군과의 전투, 휴전협상의 시작, 포로수용소 내의 전쟁 등에 관한 이야기가 세세하게 그려진다. 중공군뿐만 아니라 북한군을 배후에서 지휘하는 마오쩌둥과 그의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정확한 예측, 전쟁포로의 대우와 송환에 관한 실상 등도 낱낱이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 양국이 38선을 기준으로 분할 점령하면서 6·25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 될 운명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중공군과 소련군의 6·25전쟁에 대한 사전 공모는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판단했던 것과 달리 그렇게 철저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밝힌다.

◇끝나지 않은 전쟁 6·25/남도현 지음/412쪽·1만9800원·플래닛미디어
◇끝나지 않은 전쟁 6·25/남도현 지음/412쪽·1만9800원·플래닛미디어
400만 명의 희생을 남긴 전쟁을 수행하며 미국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전쟁 초기 미국 지도자들은 적군을 물리치는 데 필요한 전술적 행동보다 원자탄을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중국과 소련에 정치적 결정을 강요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는 6·25전쟁에 대해 “어리석음, 실수, 오판, 잔학행위 등이 점철된 전쟁이었다”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양측의 참전자 모두가 그런 전쟁의 공범자였다”고 지적했다. 20세기에 일어난 전쟁에 관한 총 7권의 책을 쓴 저자는 “되풀이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라고 경고한다.

‘끝나지 않은 전쟁 6·25’는 춘천전투, 강릉전투, 죽미령전투, 현리전투 등을 중심으로 6·25전쟁의 숨겨진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국방부 6·25전쟁 제60주년 사업단에서 운영하는 공식 블로그에 6·25전쟁사를 연재하고 있다.

저자는 개전 초기 국군 제6사단이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병력은 4배, 화력은 10배 이상 우세한 북한군 제2군단을 춘천과 홍천에서 격퇴한 것이 대한민국의 생존을 결정했다고 평가한다. 북한군은 이 동부전선의 패배로 개전 초기 국군의 퇴로를 차단해 섬멸하겠다는 계획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쟁미망인,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이임하 지음/408쪽·1만8000원·책과함께
◇전쟁미망인,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이임하 지음/408쪽·1만8000원·책과함께
이 책의 묘미는 전투에 얽힌 다양한 일화이다. 사단장을 향해 “문서를 옮길 차량이 있으면 포병대대에 포탄을 옮길 차량을 지원해 달라”고 대들었던 강릉 제8사단 상사의 이야기, 북한군의 탱크가 진격하는 도로에 혼자 뛰어들어 “너희들은 포위됐으니 투항하라”는 공갈을 성공한 병사의 이야기….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삶을 구술(口述)로 복원한 책이다. 이임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같은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 45명을 인터뷰해 전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록했다.

이들은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거나 보도연맹에 끌려가는 것을 보았고 전사 소식을 접하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농업과 가사를 병행해야 했고 행상과 좌판, 공장 노동에도 종사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묻혀 있어야만 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했다. 국가가 질서 유지를 위해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가둬 왔다고 지적했다.

6·25 당시 제1사단장이었던 백선엽 장군의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아미), 에티오피아 병사들의 한국전쟁 참전을 살펴본 ‘강슈’(오늘의책), 한국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6·25 소설 ‘순교자’(문학동네)도 함께 나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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