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와인 블루오션’ 아시아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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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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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와인박람회에 모인 32개국 업체, 아시아용 특제품으로 유혹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빈엑스포(VINEXPO)가 지난달 25∼27일 홍콩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당초 홀수 해에 프랑스에서만 개최되던 빈엑스포는 1996년부터 짝수 해에는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최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 한국, 홍콩 등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와인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서 개최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빈엑스포(VINEXPO)가 지난달 25∼27일 홍콩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당초 홀수 해에 프랑스에서만 개최되던 빈엑스포는 1996년부터 짝수 해에는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개최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 한국, 홍콩 등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와인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서 개최됐다.
지난달 25∼27일 세계 32개 나라의 와인업체 840여 개가 참가한 홍콩 빈엑스포 현장. “한국에서 오셨군요. 우리 전시관에 꼭 들러주세요.”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등 와인 강국의 업체 관계자들은 ‘한국(South Korea)’이라고 표시된 명찰만 보면 너도나도 손짓했다. 한국 와인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들은 빈엑스포가 열리기 직전 국제와인주류협회(IWSR)가 작성한 보고서를 이미 받아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와인시장은 2004년과 비교해 51.9% 성장했고, 이 가운데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 아시아 ‘블루 오션’ 노린 빈엑스포


빈엑스포는 2년마다 한 번씩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다. 1996년부터는 프랑스에서 열리지 않는 짝수 해에 미국, 홍콩 등 다른 지역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서 열렸다.

전 세계 와인시장은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유럽-아메리카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시장으로 크게 구분된다. 프랑스는 이미 와인 소비가 감소하고 있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1% 미만, 독일과 아르헨티나 등은 1% 안팎의 성장에 그치고 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대 시장은 역시 중국. 중국의 2008년 와인 소비량은 2004년과 비교해 80.8% 증가했고, 2013년에는 2009년보다 30.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른 성장세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한국은 2008년 와인 소비량이 2004년보다 56.7% 증가했고, 2013년에는 2009년보다 35.3% 늘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홍콩의 와인시장 규모는 한국보다 다소 작지만 2013년 와인 소비량이 2009년보다 72.4% 늘어나면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일본은 아시아 각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 시장 규모는 중국에 이어 2위지만 이미 포화상태라는 의미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거침없는 성장 때문에 아시아 와인시장은 ‘블루 오션’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홍콩 빈엑스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 ‘보르도 3총사’ 눈길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이번 엑스포에서 선보인 ‘아시아 시장을 위한 특별 제품(Special products for the Asian market)’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이번에 처음 나온 프랑스 ‘베르나르 마그레’가 생산한 2008년 빈티지 3종류는 ‘보르도 3총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인들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총사는 △메종 마그레즈 △르 보르도 드 베르나르 마그레 △레제르브 드 파미유다. 모두 오래 숙성된 깊은 맛은 없지만 상큼하다는 것이 특징. 아시아 시장에서는 떨떠름한 와인 고유의 맛보다는 다소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 각광받는다는 점을 공략 포인트로 삼을 계획이다.

역시 보르도 지역의 샤토 피크세그에서 생산한 베르제락 2001∼2008년 빈티지나, 몽트라벨 2002∼2006년 빈티지 제품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으며, 한국 시장 진출을 계속 노리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칠레 와인도 빼 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제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몬테스. 몬테스 전시관 책임자인 카를로스 세라노 씨는 “몬테스 리미티드 셀렉션 2009년 빈티지가 이번 엑스포에 처음 들고 나온 제품”이라며 “한국 시장에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국 시장에도 진출해 성공하고 있는 퍼플 에인절이나 몬테스 알파 등도 소개했다.

○ 이름이 재밌는 와인도 등장


이번 빈엑스포에는 이름이 특이하고 재밌는 와인도 많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워싱턴 주에서 나온 와인 ‘더 벨벳 데블’은 작가 존 딕슨 카의 역사추리소설 ‘더 데블 인 벨벳’에서 이름을 따왔다. 또 폭탄을 연상시키는 ‘붐붐’, 아담과 이브에서 따온 ‘이브’란 이름의 와인도 눈길을 끌었다. 레드와인 가운데 ‘레이디 인 레드’라는 이름도 있었다. 칠레산 와인인 ‘120’은 칠레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독립을 위해 싸웠던 영웅 120명을 기리기 위해 이름을 ‘120’으로 붙였다. 스페인 와인 가운데는 와인 라벨을 아예 거꾸로 붙이는 ‘발칙한’ 시도를 한 것도 있다.

홍콩=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와인이 고급스럽다는 생각은 한국 소비자의 장점이자 단점”

■ 빈엑스포 뒤브뢰유 조직위원장



“우리는 한국의 와인시장을 매우 주목하고 있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한국을 주시하도록 만들고 있죠.” 지난달 2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 박람회 빈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홍콩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도미니크 에리아르 뒤브뢰유 씨(사진)는 거듭 한국을 강조했다. 그는 빈엑스포 조직위원회 위원장이다.

뒤브뢰유 위원장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그것은 인구와 영토의 면적 때문”이라며 “시장의 역동성과 고급 와인 시장의 가능성 등을 보자면 한국이 더 낫다”고 했다. 2008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미 이 같은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와인 소비자들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와인에 대한 경직성’을 꼽았다. ‘쉽게 접근해서 즐겁게 마시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와인은 어려운 것’, ‘와인은 고급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 같은 한국인들의 성향은 고급 와인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지만 와인 시장 전체의 성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뒤브뢰유 회장은 또 중국과 한국 외에도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나라로 홍콩을 꼽았다. 현재 홍콩의 와인 소비량은 한국보다 작지만 조만간 역전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홍콩은 주류에 대한 세금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며 “홍콩 시장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기능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홍콩 빈엑스포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비교적 덜 타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유럽-아메리카 시장보다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와인 업체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콩=글·사진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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