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영상 조합… 현대미술, 벽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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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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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리지 ‘카바레 볼테르’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8채널 비디오 설치작품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8채널 비디오 설치작품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 사진 제공 페스티벌 봄
하급 관리 코발료프는 우연한 실수로 분리된 코가 높은 직급의 관리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사회에서 그는 코에게 돌아와 달라고 사정하지만 거절당한다. 러시아 작가 고골의 단편 ‘코’의 내용으로 쇼스타코비치는 이를 오페라로 만들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이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미술가 윌리엄 켄트리지에게 무대디자인을 맡긴다. 켄트리지는 제작과정을 토대로 1인극 형식의 퍼포먼스와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구성된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를 완성한다. 5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02-760-4850)에서 열리는 ‘카바레 볼테르’전은 이 작품을 비롯해 캐서린 설리번, 와엘 샤키 등 장르의 소통과 융합을 추구한 현대미술작가를 접할 기회다. 아르코미술관과 페스티벌 봄 공동 주최.

인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며 식민지배와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 켄트리지는 2006년 독일 경제잡지 ‘캐피털’이 뽑은 ‘영향력 있는 100대 작가’ 중 8위에 올랐던 작가다. 전시에 맞춰 내한했던 그는 19일 아르코 대극장에서 진지함과 유머가 담긴 퍼포먼스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그의 퍼포먼스가 인간의 실제적이면서 부조리한 ‘자아분열’에 초점을 두었다면 8채널 영상작품에선 스탈린 시대의 제도적 폭력이 부각된다. 전시장에 준비된 텍스트를 읽으면 목탄, 애니메이션, 콜라주 등을 활용한 영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2층에서 선보인 설리번의 ‘치텐든스’ 역시 미술의 확장을 시도한 작업이다. 미술과 공연을 결합한 비디오설치작품으로 2005년 영국의 테이트모던에서 전시돼 호평받았다. 이집트 작가 샤키의 ‘텔레마치’는 무함마드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의 암살과 장례식, 십자군 원정을 아이들의 퍼포먼스로 재현한 영상으로 문명과 종교적 충돌을 드러낸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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