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네로가 바이올린을 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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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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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윌리엄 위어 지음·임용한 강영주 옮김/396쪽·2만3000원·타임북스

로마제국의 네로 황제는 불타는 로마를 바라보며 바이올린을 켰다는 얘기로 ‘폭군 이미지’를 굳혔다. 하지만 자신이 세운 도시가 화염에 휩싸인 것을 보며 연주를 할 정도로 그는 정신병자였을까.

서기 64년 네로 황제는 로마궁에서 56km 떨어진 안치오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네로 황제는 큰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말을 달려 로마에 도착해 화재 진압을 지휘했으며 불속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은 9일 동안 지속됐고 로마는 잿더미만 남았다. 난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황제가 방화를 했다”, “불구경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는 소문이 퍼졌다. 저자는 적어도 네로 황제가 16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을 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적 사건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살펴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왜곡된 역사 사례 15가지를 당시 상황과 더불어 생생하게 전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하며 완고하고 무지한 로마가톨릭 교회와 싸운 인물로 전해진다. 하지만 17세기 저명한 천문학자 가운데 대다수는 성직자이기도 했다. 갈릴레이 또한 과학자로서의 책임감과 종교적 신념을 적절히 조화시키려고 했던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저자는 갈릴레이와 그를 재판했던 판사 모두 과학과 성경이 화해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갈릴레이의 재판을 ‘이성과 종교’의 갈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된 바스티유 감옥은 끔찍한 수형소로 전해지지만 당시 다른 감옥과 비교해 시설이 쾌적했고 혁명 당시 수감자도 7명에 불과했다. 고대 이집트 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기원전 1274년 카데시에서 히타이트군에 대승을 거뒀다고 알려졌지만 실은 완패에 가까웠고 1930년대 미국 갱단의 전설인 존 딜린저 사망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고서도 한낱 조작에 불과했다. 저자는 영국 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말을 빌려 “역사는 언제나 기록자의 마음을 통해 굴절돼 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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