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90주년]가슴 뻥 뚫리는 감동… 대한민국 스포츠는 동아와 함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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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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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90년 동안 시대의 통념을 깨는 진취적인 문화 스포츠 사업을 벌여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억눌린 국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신명 나는 항거였고 광복 후에는 국민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 남녀 기회 균등의 출발

‘남자의 체육을 위하야 적은 힘이나마 아끼지 안튼 동아일보에서는 다시 한거름 나아가 미래의 조선의 어머니가 될 여자의 체육을 위하야 장려하는 한 방침으로 우선 금년부터 조선녀자정구대회(朝鮮女子庭球大會)를 주최키로 하얏다.’

동아일보가 1923년 6월 22일자에 밝힌 제1회 전국여자연식정구대회(현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를 만든 취지다. 그해 6월 30일 서울 경성제1여고(현 경기여고) 운동장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유교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개최한 사회적 캠페인이었다. 2006년부터 남자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정구의 산실이 됐다.

○ 민족 울분 달래고 민족 기개 세계 만방에 떨쳐

1931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과 영등포를 왕복하는 14.5마일(약 23.3km) 달리기 대회가 동아마라톤의 효시인 ‘제1회 마라톤 경주대회’다. 일제강점기 때 마라톤은 조선인의 울분을 달래고 희망을 전해준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신의주에서 온 20세 청년 손기정은 1932년 2회 대회 때 2위, 3회 대회 때 우승을 차지해 이를 밑거름으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29분19초의 올림픽 최고기록을 세우며 월계관을 썼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등 한국 마라톤의 계보를 잇는 스타들은 모두 동아마라톤을 거쳤다.

1994년 사상 처음 마스터스 마라톤을 도입해 매년 2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몰리는 동아마라톤은 2004년 서울국제마라톤으로 탈바꿈했다.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최고 인증 등급인 골드라벨 대회로 치러졌고, 2시간6분대 기록을 탄생시켰다.

○ 사상 첫 올림픽 수영 금메달의 원천

동아수영대회는 1929년 9월 1일 경성제대(서울 종로구 동숭동) 수영장에서 열린 제1회 조선수영경기대회가 모태. 동아수영대회의 창설은 한국 수영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회가 열리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영 선수와 관계자가 모두 모였고 그해 8월 조선수영구락부(현 대한수영연맹)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1979년까지 전국남녀학생수상경기대회로 열리다가 1980년부터 동아수영대회로 바뀌었다. 1970년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1980년대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등이 모두 이 대회를 통해 발굴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도 동아수영을 통해 성장했다.

○ 한국의 고시엔

1947년 막을 올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고교야구의 최강자를 상징하는 심벌이자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1926년 항일의지 고취를 위해 창설했던 4구락부 연맹전(경신 배재 중앙 휘문)을 모태로 해 광복 후 들떠 있는 조선 젊은이들에게 패기와 기상을 심어줬다. 일본에 고시엔대회가 있다면 한국에는 황금사자기대회가 있다.

○ 한국 바둑의 역사

1956년 4월 15일 ‘국수 제1위전’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국수전은 한국 최고의 기사들이 써 내려간 한국 바둑의 역사다. 지금까지 탄생한 국수는 조남철,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이세돌 등 11명. 최고의 기사들은 “국수는 당대 최고의 타이틀이다”며 모두 국수로 불리기를 원한다.

○ 음악계 신진 등용문

1961년 창설한 동아음악콩쿠르는 국내 음악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신진 등용문으로 그동안 850여 명의 재능 있는 음악인을 배출했다. 1985년엔 동아국악콩쿠르를 만들어 750여 명의 역량 있는 국악인을 배출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열고 있다.

○ 국내 첫 연극상

동아연극상은 1964년 국내 최초로 탄생했다. 쌀 한 가마가 3000원이던 당시 동아일보사는 30만 원의 상금을 내걸고 제1회 동아연극상 참가작을 공모해 연극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 무용발전 이끌어

1964년 탄생한 동아무용콩쿠르는 그동안 700여 명의 입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대부분은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한국 무용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1978년 탄생한 동아미술제(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전)는 국내 미술계에 민전(民展)시대의 개막이란 신기원을 이뤘다. 또 투르 드 서울(전 동아사이클), 국제트라이애슬론, 전국구간마라톤, 경주동아국제마라톤 등도 개최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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