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북극해 주인은 누구… 협력-갈등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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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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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쟁탈전/크리스토프 자이들러 지음·박미화 옮김/356쪽·1만4900원·더숲

2007년 8월, 러시아의 잠수정 두 척이 북극해 4km를 잠수해 해저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다. 일종의 이벤트였지만 파급 효과는 컸다.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는 이 소식을 듣고 곧바로 캐나다의 북쪽 끝에서 두 번째에 있는 마을 레졸루트로 날아갔다. 그는 이곳에서 북극지역에 대한 캐나다군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레졸루트에 혹한 전투훈련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가채매장량의 4분의 1이 북극에 매장돼 있을 거라고 추정했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새로운 해상교통로가 열렸다. 북극을 둘러싼 세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저자는 독일 슈피겔의 북극지역 전문 과학부 기자다. 이 책에서는 관계자 인터뷰, 통계 분석 등을 통해 북극 탐사의 역사와 자연환경의 변화, 자원 매장량 예측, 북극해 쟁탈전의 승자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북극에 적극 관심을 표시하는 나라는 북극해에 인접한 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이다. 2008년 5월 당시 독립국이 아니었던 그린란드를 제외한 5개국은 그린란드 일룰리사트에 모여 ‘일룰리사트 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북극해에 대한 권리를 5개국이 갖는다는 것이었다. 북극해 오염 방지나 지구온난화 대책, 원주민인 이누이트에 대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천연자원 개발이 최대 관심사였던 것이다.

북극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으로 엄밀히 말해 대륙이 아니다. 이 때문에 영유권 결정은 국제법적·지리학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2001년 러시아는 유엔에 북극점을 포함한 1200만 km²에 대한 영유권을 신청했다. 근거는 북극해에 솟은 해저산맥이 러시아의 대륙붕과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국제법은 대륙붕 내에서 연안국이 천연자원을 탐사하거나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영유권 신청은 근거 부족으로 기각됐다. 하지만 북극해 연안국 상당수가 북극지역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연안국 외에도 중국이 1990년 쇄빙선 쉐룽(雪龍)호를 북극으로 보내고 2004년 탐사활동을 위한 기지를 건설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북극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비교할 만한 역사적인 전례가 없고 △북극 문제를 해결할 만한 국제법 기관이나 국제정치기구가 없으며 △세계 각국은 자국의 권익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정치적 차원의 분쟁 해결 수단이 없기 때문에 무력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정치학자 바이어스는 앞으로 북극은 두 갈래의 갈림길을 걷게 될 것인데 ‘하나는 협력의 길이요, 다른 하나는 갈등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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