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완벽하게 맞출 필요 없다,행복이라는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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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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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미소의 법칙/에드 디너, 로버트 비스워스 디너 지음·오혜경 옮김/392쪽·1만5000원·21세기북스

행복은 주로 철학이나 종교가 다뤄온 영역이었다. 행복에 관한 책을 보더라도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이나 달라이 라마 같은 종교 지도자들이 쓴 ‘행복론’이거나 자기계발서가 대부분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석좌교수인 에드 디너는 과학의 영역으로 행복을 끌어들인 학자 중 대표 격이다. 유학 시절 디너 교수에게 배운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론을 얘기할 때 찰스 다윈을 빼놓을 수 없듯 행복과학 분야에서 디너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디너 교수가 아들이자 심리학자인 로버트 비스워스와 함께 쓴 책이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듯한
‘모나리자의 미묘한 미소’처럼
적절한 불안-스트레스가 동기부여


저자들은 우선 행복을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들에 따르면 행복은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이다. 주관적 안녕감은 직장 건강 인간관계 등 삶의 주요 영역에 대해 스스로 내리는 평가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반영한다. 기쁨이나 몰입 등도 포함된다.

이들은 이런 정의 아래 다양한 연구를 들며 행복의 여러 측면을 소개한다. 특히 행복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눈길을 끈다.

버지니아대 데니스 프로핏 교수팀은 언덕길 실험을 통해 긍정적 기분이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무거운 배낭을 진 사람과 배낭을 메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 결과 배낭을 진 사람들은 언덕의 경사도를 더 가파르게 받아들였다.

카네기멜런대의 셸던 코언 교수팀은 한 호텔에서 참가자들을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기분을 따지는 테스트를 받은 뒤 참가했는데 실험 전 행복감을 더 느낀 사람들이 콧물도 덜 나고 코막힘과 재채기를 덜 겪었다.

행복이 수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켄터키대 연구팀은 1940년 전후 수녀가 된 노트르담 교육수도회 소속 수녀 180명의 사례를 살폈다. 이들은 수녀회에 들어올 때 수녀가 되는 이유와 자신의 삶을 묘사하는 자서전을 썼다. 연구팀은 ‘흥미’ ‘사랑’ ‘희망’ 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자서전 내용을 분석해 수녀들을 행복도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2000년대 초에 이르러 수녀들의 사망률을 따진 결과 ‘가장 행복하지 않은 집단’이 ‘가장 행복한 집단’에 비해 2.5배가량 높았다. 디너 교수는 “행복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효과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현재 확보된 증거도 충분히 강력하므로 그에 따라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복이 낳는 결과가 이렇다면 사람을 행복으로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저자들은 돈 건강 결혼 자녀 등 여러 요인을 놓고 상관관계를 따졌다. 그 가운데 돈에 관해선 “일부 영향을 미치지만 절대적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1980년대 중반 1억25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부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9명은 대부분 행복의 원인으로 돈을 꼽지 않았다. 오히려 화목한 가정이나 세상을 돕는 일 등을 정서적 안녕감의 토대로 들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행복의 원인과 결과를 다층적으로 살핀 뒤 “행복이 좋은 결과와 연결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행복해지면 안 된다”면서 적절한 행복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느 정도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는 동기부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가 직접 관찰한 200명의 대학생 가운데서도 1∼10점 가운데 8점 근처의 행복도를 기록한 학생들의 사회적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서 ‘모나리자의 미소’가 등장한다. 디너 교수는 “과학자들이 모나리자의 표정을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83% 정도는 행복, 17% 정도는 두려움과 분노가 혼합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모나리자는 적절한 수준의 행복에 대한 힌트를 준다”고 말한다.

“찌푸린 모나리자와는 데이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활짝 웃는 모나리자는 재미는 있겠지만 깊이 없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가 충실하게 활동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신에게도 모나리자처럼 되라고 충고하고 싶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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