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99>在陳絶糧하니 從者病하여 莫能興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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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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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지와 현실 상황은 어긋나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크고 올바른 뜻을 지닌 군자일수록 본시 곤궁하다. 이것을 君子固窮(군자고궁)이라 한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나왔다.

‘사기’에 따르면, 공자는 노나라 哀公(애공) 6년인 기원전 489년에 衛(위)나라를 떠난 후, 陳나라와 蔡나라를 거쳐 楚(초)나라로 향했다. 당시 陳은 楚(초)에 굴복하고 蔡는 吳(오)에 굴복한 상태였고 吳와 楚는 전쟁을 반복했다. 그런데 陳과 蔡의 大夫들은 모두, 초나라가 공자를 등용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리라 여겨 사람들을 보내 들판에서 공자 일행을 포위했다. 양식이 끊어져 굶주린 제자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子路는 불만을 품고서 공자를 뵙고는 “군자라도 이토록 곤궁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항의했다.

興은 일어섬, 온은 불만을 품음, 見(현)은 윗사람을 알현함이다. 斯는 ‘이에’의 뜻을 지닌 접속사다. 濫은 넘쳐날 溢(일)과 같다.

의지와 상황이 어긋나 곤궁하게 되었을 때 군자와 소인은 처신의 방식이 전혀 다르다. 군자는 곤경에 처해도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아 결국 亨通(형통)한다. 소인은 곤궁하면 放逸(방일)하여 못된 짓을 저지른다. 그래서 程이(정이)는 固窮을 ‘곤궁을 固守(고수)한다’로 풀이하기까지 했다. 곤경 속에서도 염치를 잃지 않는 일, 그것이 곧 군자의 형통을 배우는 길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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