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96>原壤이 夷俟러니 子曰, 幼而不孫弟하며 長而無述焉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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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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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憲問(헌문)’의 이 章에서 공자는 친구를 사랑하기에 친구의 잘못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 原壤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오랜 친구였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무에 올라가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세상의 부조리를 혐오해서 禮法(예법)을 무시하고 거짓으로 미친 척하는 佯狂(양광)의 행동을 했던 듯하다.

어느 날 공자가 원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기다렸다. 공자는 그를 叱責(질책)해서 그가 어려서부터 늙기까지 善한 實狀(실상)이 없고 常道(상도)인 人倫(인륜)을 무너뜨리기만 한다고 指摘(지적)했다. 그러나 매몰차게 몰아붙이지 않고 마음을 다해 責善(책선)했다. 지팡이로 정강이를 툭 치는 행위에도 애정이 담겨 있다.

夷俟는 무릎을 세우고 웅크려 앉은 채로 기다렸다는 말이다. 幼而, 長而, 老而의 而는 시간부사를 강조하여 제시하는 어조사다. 孫弟는 遜悌와 같으니 謙遜(겸손)과 悌順(제순·순종함)이다. 述은 稱과 같다. 稱述(칭술) 稱揚(칭양) 稱讚(칭찬) 稱頌(칭송)은 類義語(유의어)다. 곧 無述은 칭송할 善行이 없음이다. 是爲∼는 ‘이것이∼이다’라고 定義(정의)하는 어법이다. 以杖叩其脛은 지팡이로 그의 정강이를 가볍게 쳐서 일어나라고 경고한 것이다.

‘어려서 공손하지 않고 장성해서 칭찬할 만한 일이 없으며 늙어서 죽지 않는 것이 바로 적이다’라는 질책은 원양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 질책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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