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뉴욕에 산다는 것… 변화-적응의 반복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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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 뉴욕을 읽다/애덤 고프닉 지음·강주헌 옮김/352쪽·1만3000원·즐거운상상

5년 전 모습이 완전히 묻혀버려 흔적조차 찾기 힘든 곳. 이 책이 묘사하는 뉴욕이다. 저자는 1995년부터 5년간 파리에서 산 경험을 담아 ‘파리에서 달까지’를 펴낸 작가이자 잡지 ‘뉴요커’의 저널리스트다. 지도를 사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곳, 끝없이 적응해야 하는 도시, 뉴욕의 면모를 저자의 일상생활을 통해 담아낸다.

저자의 딸 올리비아에게는 찰리 라비올리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란 올리비아인 만큼 라비올리 역시 ‘뉴요커’다. 가장 큰 특징은 바쁘다는 것. “항상 자동응답기하고만 얘기해.” “라비올리는 만날 일 때문에 바빠요.” 라비올리와 장난감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뒤 올리비아가 하는 말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라비올리의 비서 로리가 등장해 둘 사이를 연결해 준다.

그가 뉴욕으로 돌아온 지 약 1년이 됐을 때, 뉴욕에서는 9·11테러가 일어났다. 뉴욕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가을이었다. 소식이 퍼지자마자 사람들은 상점에 음식을 사러 몰려들었다. 그러나 ‘비상식량을 비축하겠다’던 애초의 본능은 “뭐든 소비하고 사서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한다는 본능”으로 신속하게 변해갔다. 스테이크,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버터…. 그날 뉴욕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넣은 음식의 목록이다. 공포의 파장은 애도와 슬픔으로, 다시 치유의 의지로 변해갔다. 저자는 당시 뉴욕 사람들이 느꼈던 혼란과 슬픔을 이렇게 표현한다.

“뉴욕 사람들은 치유의 길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치유’의 증거는 ‘정상’의 회복이었다. …틀에 박힌 일상과 불합리하고 얼빠진 삶으로 되돌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런 태도는 슬퍼해야 할 사건에 대한 모욕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작가 지망생 신분으로 뉴욕에 온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경험, 아이들이 연극 ‘피터팬’에서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상(飛上)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뉴욕의 학부모들에 관한 이야기 등을 펼쳐놓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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