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방송 강제폐방 29년… DBS 출신 방송인들 동아일보사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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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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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토대 세운 옛 동아방송 계승해
디지털 시대 걸맞은 새 동아방송 만들길”
뉴스 스튜디오 등 돌아보며 “제2의 개국 이뤄달라” 당부

동아방송 출신 방송인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방송스튜디오를 찾아 동아일보의 방송 진출 준비 상황을 둘러봤다. 왼쪽부터 안평선, 김영효, 장충구, 심재훈, 오순종, 김화중, 최동욱, 최창봉, 이윤하, 전영우, 김기동, 원창호, 한경희, 김무인 씨. 사진 가운데에는 ‘동아뉴스스테이션’을 진행하는 신광영(왼쪽), 구가인 앵커. 박영대 기자
동아방송 출신 방송인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내 방송스튜디오를 찾아 동아일보의 방송 진출 준비 상황을 둘러봤다. 왼쪽부터 안평선, 김영효, 장충구, 심재훈, 오순종, 김화중, 최동욱, 최창봉, 이윤하, 전영우, 김기동, 원창호, 한경희, 김무인 씨. 사진 가운데에는 ‘동아뉴스스테이션’을 진행하는 신광영(왼쪽), 구가인 앵커. 박영대 기자

“동아방송은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 포맷 개발 등을 통해 한국 방송의 토대를 세웠다. 이를 계승해 영광스러운 새 동아방송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최창봉 전 동아방송 국장·전 MBC 사장)

한국 방송의 모태 역할을 했던 동아방송(DBS) 출신 방송인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TV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일보사 후배들과 만났다.

‘동아방송을 생각하는 모임’ 회원인 이들은 동아방송 강제 폐방 29년을 이틀 앞두고 마련한 자리에 참석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개국 준비 때처럼 가슴이 설레는 듯했다. 군사정권의 폭력으로 전파가 강제로 끊긴 방송이 디지털 시대에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 “동아방송 이은 새 방송 출발해야”

모임의 좌장인 최창봉 전 사장은 인사말에서 “한국에서 정치권력에 예속되지 않고 자본에도 독립적이었던 방송은 동아방송이 유일했다”며 “방송의 기준 역할을 했던 동아방송의 전통을 계승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방송을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했다.

모임의 회장인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전 동아방송 제작2부 부장대우)은 “동아방송은 아직도 다 소화되지 못할 정도로 방대한 프로그램 포맷을 창조했으며 이는 새 방송을 준비하는 동아일보의 역사적 자산”이라며 “동아방송을 반드시 되찾아 이를 디지털 시대에 맞춰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아방송 출신들은 폐방 이후 어느 방송국에서 일을 하든 동아방송의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동아방송 폐방 이후에도 방송계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이들은 동아일보사의 방송 준비 상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새 방송의 터전이 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가 연면적 9만9242m²(약 3만 평)에 지하 6층, 지상 19층 규모의 첨단 방송 통신 융합형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건설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세세한 기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새 방송의 핵심은 동아일보의 장점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있다고 강조하며 동아방송의 융합형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동아방송은 편집국 출판국 등 다른 콘텐츠 생산 주체와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방송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 “동아만의 방송으로 차별화 기대”

이윤하 전 동아방송 국장대리는 “후배들이 새 방송으로 동아방송의 역사를 다시 이어줄 것으로 믿는다. 내가 작성에 참여한 동아방송사(史)가 1권에 그쳤는데 새 방송으로 2권 이상이 나올 것을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이 전 국장대리는 1964년 ‘6·3한일회담반대운동’ 당시 비판 보도로 6명의 동아방송 제작진이 구속된 ‘앵무새 사건’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한국 방송사의 첫 토크쇼 격인 ‘유쾌한 응접실’을 진행했고 한국화법학회 회장을 지낸 전영우 수원대 초빙교수(전 동아방송 아나운서실장)는 최근 방송의 언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새 방송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요즘 지상파 방송을 보면 음성의 장단(長短)과 된소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며 “동아의 새 방송은 구성원들에게 확실한 언어 표현 훈련을 시켜 기존 방송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DBS에서 ‘3시의 다이얼’ ‘톱튠쇼’ 등을 진행하며 한국 방송 최초의 DJ로 평가받는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는 “요새 방송인들은 개인의 말투, 사투리, 습관 등을 여과 없이 방송하는데 이는 기초 훈련과 철학이 부족한 탓이다. 동아일보 방송은 ‘남들이 하는 방송을 우리는 이렇게 다르게 할 수 있다’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일부 방송사처럼 비대한 인력 운용에 따른 비효율성을 지양하고 전문가 중심으로 방송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사 최맹호 상무이사는 “동아방송을 되찾기 위해 지난해부터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며 “새로운 방송으로 선배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임 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인터넷 동아닷컴 뉴스프로그램인 ‘동아뉴스스테이션’ 제작 스튜디오 등을 둘러봤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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