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수학의 노벨상’ 거부하고 은둔한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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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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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앵카레가 묻고 페렐만이 답하다/조지 G 슈피로 지음·전대호 옮김/376쪽·1만7500원·도솔

14개 장(章)으로 구성된 이 책의 1∼11장은 기하학에 관심 없는 이가 수월하게 읽을 만한 내용이 아니다. 수학이 싫어 문과에 갔거나 우주공간의 형태가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12장부터 읽기를 권한다.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쥘 앙리 푸앵카레는 ‘밀폐된 3차원 공간에서 모든 폐곡선이 한 점으로 수축할 수 있다면 이 공간은 원구(圓球)로 변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100여 년간 수많은 학자가 이 ‘추측’의 증명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다.

2006년 8월 국제수학자대회(ICM)는 “러시아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 푸앵카레 추측을 풀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페렐만은 ICM에서 주는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을 거부하고 고향의 허름한 아파트에 은둔했다.

필즈상 위원회는 “상을 수락만 하면 나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페렐만은 그마저 거절했다. 훗날 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정도 정직한 사람들조차 부정직한 이들을 관용한다”고 했다. 몰락한 학계 윤리에 절망해 스스로 ‘수학자’로 불리길 거부한 것이다. 저자는 명예욕에 눈이 먼 학계에 던져진 이 세기적 연구 결과가 어떻게 표류하며 시달렸는지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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