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76>曾子曰, 君子는 思不出其位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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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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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가 말했다. “군자는 자기 지위에서 벗어나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옛사람은 자기의 지위와 본분을 벗어나는 일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고 자기 일의 마땅함을 얻으라고 가르쳤다. 관직 제도의 면에서 보면 職掌(직장)을 지켜야지 侵官(침관)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침관이란 越權(월권)과 越分(월분)으로 남의 직무를 침범하는 일이다. 그래서 ‘주역’ 艮卦(간괘)의 象辭(상사)에 보면 “군자는 자기 직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논어’ ‘憲問(헌문)’편의 이 장에서 증자는 ‘주역’의 그 말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런데 不出其位의 位는 官位(관위)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군신 관계와 부자 관계에서 각자가 차지하는 위치를 가리키기도 한다.

이 장의 ‘思不出其位’는 행동하기 이전의 思에 대해 언급했다. ‘중용’에서는 ‘素其位而行(소기위이행)’이라 해서, ‘현재의 위치에 따라 행하라’고 가르쳤다. ‘논어’가 자기 지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중용’이 현재의 위치에 따라 행하라고 가르쳤다고 해서, 그것이 각 개인으로 하여금 무조건 제한된 직무에만 충실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다.

朴世堂(박세당)은 이 구절이 단순히 越分(월분)만 경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직분을 다하라고 가르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기 직분을 다하려 하는 사람은 늘 그 직분을 다하지 못할까 우려하므로 지위에서 벗어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근대 이전의 조정에서는 군주나 대부가 아래 신하에게 질문을 하면 그 신하는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 신하의 通義(통의)요 유학자의 常規(상규)였다. 각자 자기 직분에 충실하지 않으면서 남의 직무를 침범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단체나 사회의 諮問(자문)이 있다면 구성원은 자문에 어떤 식으로든 대답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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