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들썩~ 향기는 솔솔~ 앗!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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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9시 37분


상암CGV 스마트플렉스
상암CGV 스마트플렉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어두운 바다 위(영화관 좌석이 앞뒤,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거친 바다 위에 떠있는 뱃사람들은 헬기로 아슬아슬하게 구조되고 있다(영화관 천장에 달려있는 커다란 팬이 센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간다).

쓰나미는 사람들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좌석 앞 쪽에 있는 미세한 구멍에서 물이 수증기 형태로 분사된다).


국내 재난영화 ‘해운대’의 첫 장면이다. 일반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와 다르게 특수효과들이 더해졌다. 이는 눈과 귀로만 즐기던 기존 영화에 바람, 향기, 진동, 좌석의 움직임 등의 효과를 주어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4D 영화다.


“영화 한 편을 적게는 40~50번, 많게는 100번 정도 보는 것 같아요.”

오수희(30․CGV 상암)씨의 일상적인 작업 중 하나다. 오 씨는 보기 드문 여성 영사기사로 올해 5년차다. 지금은 영화 장면에 어울리는 특수효과를 구성해 영화를 재탄생시키는 4D 프로그래머다. 오 씨는 4D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50번, 100번 스크린 앞에 앉아있다. 오죽했으면 그는 “나중엔 영화의 감동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오 씨의 근무 시간은 보통 12시간에서 19시간. 밤낮 구분 없이 오 씨는 자신과 관람객 사이의 공감대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오 씨는 효과가 어느 정도 나오겠다 싶은 일반 영화들을 4D 영화의 작업후보로 선정한다. 보통 애니메이션․재난․공포영화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후 선정된 영화를 여러 번 보며 시나리오와 큐시트를 작성한다. 어떤 날은 짧은 한 장면을 9시간 동안 하루 종일 반복 재생한 적이 있다고 한다. 두 달 가까이 걸렸던 4D 작업이 요즘은 숙련돼 열흘에서 보름 안에 모든 작업을 마친다고 한다.

오 씨는 “4D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도, 시나리오를 들고 각 효과들이 장면에 맞는지, 타이밍이 적절한 지, 원하는 의도가 제대로 나왔는지 등을 확인하고 계속 수정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효과는 총 20가지. 영화 한 편당 들어가는 효과는 15개 정도라고 한다. 대표적인 효과 중 하나인 진동은 4가지 종류로 Hz(헤르츠)단위로 구분해 사용한다. 바람의 경우는 높낮이 조절과 %를 이용한 세기 등으로 세밀히 조절한다.


현재 4D가 상영되고 있는 영화관의 장비들은 이스라엘에서 수입한 장비들이다. 오 씨는 “ 순수 국내기술로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며 “앞으로 새로 개봉되는 영화관에는 모두 국내기술로 만든 장비들로 지금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상암 CGV 스마트플렉스 4D 영화관
상암 CGV 스마트플렉스 4D 영화관

오 씨의 손을 거쳐 4D 영화로 재탄생된 영화는 총 8편. 첫 4D 영화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가 만든 4D 영화 중 가장 자신하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오 씨는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인 ‘몬스터와 에일리언’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한 영화들 중 효과와 싱크가 가장 완벽하게 들어간 영화라고 자부했다. 특히 당시 주 관람객이었던 아이들의 큰 반응은 너무나 큰 보람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반면 5년 차 영상기사인 오 씨도 꺼려하는 영화 장르가 있다. 바로 공포영화다. 4D 프로그래머 특성상 오 씨는 주로 새벽에 ‘나홀로작업’을 한다. 모든 스텝들이 퇴근한 시간인 새벽 5~7시. 이 시간이 되면 공포감은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오 씨는 “첫 공포영화 작업물이었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작업과정이 가장 무서웠다”며 그 때를 회상했다.

4D 영화는 세계적으로도 아직 미개척분야다. 현재 국내에서 4D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오 씨를 포함해 총 2명이다.
오 씨는 “영화에 어떤 효과를 주지 않고 각자 느끼는 감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또한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씨는 “어떤 날은 인디영화를, 어떤 날은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은 것처럼 가끔은 엔터테이먼트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4D 영화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계에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또 4D 영화는 기존의 어떤 장르로도 포함할 수 없는 그런 분야이기에 시도해 볼 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자신이 만든 4D 영화에 대한 관람객들의 호응 부분이 가장 걱정되고 우려 된다고 한다. 오 씨는 “관람객이 4D 영화에 호응을 하고 공감대가 형성 된다면 밤새고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게 무슨 문제겠어요”라고 당차게 얘기한다.


열정을 잃지 않는 한 4D 프로그래머를 계속 하고 싶다는 오 씨는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도전해 보고 싶다. 다양한 효과와 방법들을 이용해 트랜스포머, 아바타 등과 같은 여러 대작들을 다뤄보고 싶다”며 말을 마쳤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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