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세자매, 그들은 왜 무당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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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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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무속신앙사전’ 편찬
무당-100여개 굿 내용과 역사 등 총정리


매년 입춘 때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주 입춘굿.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매년 입춘 때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제주 입춘굿.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김금화 정학봉 씨 등 한국에서 손꼽히는 무당들은 굿을 위해 10년 넘게 공부했다고 말한다. 굿에 쓰이는 무무(巫舞) 무가(巫歌)만 해도 수십 가지이고 의례 절차를 익히는 것이나 지화(紙花)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꽹과리 장구 등 악기도 배워야 한다. 춤 노래 의식을 망라한 종합예술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굿은 한국 전통문화의 원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무당들의 이런 모습을 소개하고 전국 100여 개 굿의 내용과 역사, 무속 신화 등을 총정리한 무속신앙사전이 최근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행한 ‘한국민속신앙사전-무속신앙’ 1, 2권. 총 1018쪽 분량으로 1083장의 사진을 실었다. 지금까지 출간된 무속신앙사전 가운데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사전에 소개된 무인들은 흥미롭다. 전남 진도군의 채씨 무계는 세 자매가 무당이다. 채자녜, 채둔굴, 채정례 자매는 다른 직업 무당들과 달리 농업을 본업으로 하고 이웃 주민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굿판을 벌인다. 돈을 벌기보다 이웃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전통 무인의 모습과 전라도 무가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사전에 실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동·남해안 무당들을 조사해 그들의 은어도 정리하려 했지만 아직 연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싣지 않았다. 무당들의 은어는 스스로를 신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는데 자신을 ‘몽래’, 경찰을 ‘자애비’, 돈을 나누는 행위를 ‘꼬쟁이섬’으로 부른다. 1970년대 동해안 무당들은 180여 개의 은어를 사용했으며 현재도 150여 개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속박물관이 사전 집필을 시작한 것은 2007년 10월. 김헌선(경기대 국문과) 이보형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등 114명이 집필에 참여했다. 사전에는 1980년대 초반부터 민속박물관에서 수집한 굿 장면, 무속인 사진 자료에 집필자들이 간직하고 있는 자료를 더했다.

이 사전은 민속박물관이 2006년 시작한 민속대백과사전 편찬 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출간한 세시풍속사전에 이어 두 번째 결과물이다. 박물관은 앞으로 마을신앙사전, 가신신앙사전, 점복 속신 풍수사전 등을 낼 예정이다. 또 2011년 전 세계 주요 무속인을 초청하고 관련 자료를 모으는 ‘세계 샤먼대회’를 연다.

사전 편찬을 담당한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전문위원은 “제주도에만 무속 신화가 1000여 편이 있다”며 “소설, 연극 등으로 각색된 바리데기처럼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 전통문화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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