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백화점도 입닫은 ‘중고 명품’의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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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 씨(38·서울 송파구 오금동)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중고명품 매매숍에서 루이뷔통 백을 70만 원에 팔고 샤넬 백을 195만 원에 샀다. 중고가게에선 위조품도 간간이 발견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본인이 진품 여부는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들고 다니다 보니 실밥에서 보푸라기가 일어나고 모양새도 좀 이상했다. 정 씨는 진품 감정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 씨는 다른 중고 매매숍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가게 주인은 “가짜인 것 같다”며 매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정 씨는 한달음에 처음 물건을 산 가게로 달려갔다. 정 씨가 “가짜를 판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가게 주인은 “나는 샤넬은 알아본다”며 “온라인 중고매매숍 OOO에서 샀으니 그곳에서 확인하라”고 대꾸했다. 온라인 쇼핑몰 OOO는 “우리는 진품을 팔았다”며 “확인하려면 백화점에 애프터서비스(AS)를 맡겨보라”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받아주면 진품이고 받아주지 않으면 가짜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 씨는 백화점 샤넬 매장에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백화점 직원이 “AS는 접수하되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기 때문. 망연자실한 정 씨는 “어디서도 진품인지 위조품인지를 알 수 없다니 기가 막히다”며 “그냥 진짜라고 생각하고 들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며 한숨지었다.

정 씨 같은 경우는 드물지 않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올해 1∼6월 명품·위조상품에 대해 받은 민원 441건 중 23.6%가 “위조품인 것 같은데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소비자가 위조품 때문에 쩔쩔매는 이유는 보증서가 첨부되지 않은 중고명품 매매시장에서의 위조품 식별은 육안으로만 가능한데 ‘식별’의 기준이 없고 주먹구구식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최종 ‘감정자’로 믿는 곳은 백화점 매장이지만, 그들은 입을 닫아버린다. “진품 위조품을 가려주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미술품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즉 원본성에 가치를 둔다. 복제품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명품도 희소성 내지 원본성에 가치가 있다. 시장에 떠도는 많은 제품 중 무엇이 위조품인지 모른다는 것은 명품 업계에는 치명적인 약점일 수 있다. 명품업계가 물건을 파는 데만 급급하고 판매 후 서비스는 마냥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정말 구별 못할 정도로 위조품이 정교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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