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주름살, 유전자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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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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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세대 안티 에이징 화장품 열풍

《뉴스킨의 주름살 방지(안티 에이징) 제품인 ‘에이지락(Age-Loc)’이 자사 회원에게 처음 공개된 2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에이지락을 구매하려는 뉴스킨 회원들이 컨벤션센터 입구에서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더니 판매가 시작된 지 1시간 만에 4만 세트가 매진됐다. 이날 준비된 제품은 모두 1200만 달러(약 143억 원)어치였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안티 에이징’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해진 것은 당연지사. 아름다움의 척도도 얼마나 젊음을 유지하는지로 바뀌었다. 더구나 2030년 60세 이상 인구가 20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장품 시장에서도 안티 에이징 제품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2009년 세계 화장품 시장은 총 3330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안티 에이징 관련 제품은 3분의 1에 육박하는 1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전문 리서치기관인 유로모니터는 ‘2009년 보고서’에서 “안티 에이징은 북미, 유럽 그리고 아시아 대부분 지역을 아우르는 시장 지배적인 트렌드로 향후 10년간 8∼1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미국 안티 에이징 산업은 76%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보다 높은 82%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1세대 노화방지 화장품은 여드름 크림

진시황도 클레오파트라도 젊음을 갈구했지만 인간이 노화에 약간이라도 저항할 기술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이다. 피부의 진피를 들여다보면 콜라겐이라는 섬유 단백질이 골고루 퍼져 있다. 20대에는 콜라겐 생성이 활발해 피부조직이 탄탄하고 매끄럽게 유지되지만 나이가 들면 콜라겐 밀도가 낮아지고 구조도 바뀌게 된다. 이에 진피가 얇아지고 피부가 탄력을 잃게 되면서 주름이 생기는 것. 초기 노화방지 기능성 화장품들은 콜라겐 생성을 돕는 레티놀(비타민A)과 비타민C 등을 피부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노화 방지 화장품의 1세대는 ‘레티놀 화장품’으로 볼 수 있다. 레티놀의 주름 개선효과가 인정된 것은 198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피부학자 앨버트 클라이만이 개발한 화장품이 특허를 받으면서부터다. 클라이만 교수는 1967년 비타민A를 넣은 여드름 크림 ‘레틴A’를 개발했는데 뜻밖에 주름이 없어졌다는 환자들의 반응이 나오자 연구방향을 바꿔 주름살 방지 화장품을 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콜라겐 생성을 방해하는 원인 물질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인 ‘2세대 노화 방지 화장품’으로 진화했다. 노화는 70%가 외부 자극으로, 30%는 내부 요인으로 진행된다. 피부가 햇빛, 공기, 물과 접촉하면 활성산소가 생성되고 이때 노화가 진행된다. 이런 외부적 요인에 의한 노화는 자외선 차단제 등으로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세포 표면 자체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화장품도 쏟아졌다. 코엔자임이나 펩타이드가 이런 물질들이다.

○ 게놈지도 활용, 콜라겐 관여 유전자 연구

미국에서는 인간게놈지도를 활용해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직접 작용하는 화장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3세대 노화방지 화장품’이라 할 수 있다. 2003년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면서 사람의 유전자 특성을 결정짓는 염색체 3만여 개의 특성이 밝혀졌다. 이 중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해독하는 연구가 화장품 업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노화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노화를 막기 위해선 어떤 성분으로 유전자 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로레알은 자체 연구결과에서 젊고 건강한 피부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 코드를 발견하고 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고농축 활성 성분을 화장품으로 만든 랑콤 ‘제니피끄’를 선보였다. 올레이는 DNA를 손상시키는 태양광선을 막아 콜라겐 구조를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리제너리스트 DNA 수포스턱처 UV 크림’을 내놨다. 시슬리의 수프리미아, 에스티 로더의 새로운 갈색병 등 마치 약속한 것처럼 유전자를 새로운 기술로 내세웠다.

뉴스킨도 25주년을 맞아 젊음을 유지하는 유전자가 계속 활성화되도록 돕는 에이지락 시리즈를 발표한 것이다. 뉴스킨은 에이지락과 관련해 항노화 연구의 선두 주자 토머스 프롤라 위스콘신대 교수의 회사 ‘라이프 진’과 손잡고 노화에 관련된 ‘젊음 유전자 군락(Youth Gene Cluster)’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뉴스킨은 이들 유전자의 평형을 깨뜨려 노화를 촉진시키는 효소인 아녹스(arNOX)를 억제하는 물질을 특허 출원한 상태다. 뉴스킨 연구 책임자이자 제품개발 부사장인 조지프 창은 “12주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에이지락 제품이 피부결, 피부색, 주름 등 8개 부문에서 최소 50% 이상 피부 노화 현상을 개선시켰다”고 말했다. 뉴스킨은 에이지락을 내년 초부터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하고 13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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