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재 교수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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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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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이 만들어내는 한옥의 미학
오감을 깨우고 마음은 재우고

경북 경주시 관가정에서 대청 뒤 창을 통해 안채를 바라본 모습. 중첩된 프레임들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사진 제공 한길사
경북 경주시 관가정에서 대청 뒤 창을 통해 안채를 바라본 모습. 중첩된 프레임들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사진 제공 한길사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48)는 글로 건축을 짓는다.

지난해 두툼한 ‘서양건축사’ 시리즈를 5권으로 마친 뒤 서양 문명의 계단, 한국의 근대 간이역을 찾아가더니, 이번에는 전통 한옥 창문으로 눈길을 돌렸다. 38번째 저서인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한길사)에서 그는 여느 때처럼 직접 글의 소재를 찾아가 프레임에 담은 이미지를 글과 나란히 실었다.

부제는 ‘창(窓)으로 만들어내는 한옥의 미학’이다. 이번에 찍은 사진의 모든 프레임 안에는 한옥 창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사각 프레임이 들어 있다. 카메라 프레임이 잡아낸 한옥 건물의 단정한 만듦새와 한옥 창의 프레임이 붙든 고즈넉한 뒤뜰 풍경. 이 둘은 따로 또는 함께 시선에 머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평온히 가라앉힌다.

임 교수는 머리말에서 “최근 한옥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그 참맛과 가치를 이해하지 못한 채 표피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썼다. 끝없이 밀려드는 아파트 해일에 지친 사람들이 한옥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현대식 주택에 한옥 껍질만 씌우며 진정한 멋과 장점은 지워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옥에는 은유가 농축돼 있어 해석이 힘들고 버겁다”고 고백한 저자는 한옥 창이 만드는 다양한 풍경에 집중했다.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관가정(觀稼亭) 한 채에서 수없이 창문을 여닫으며 1000장 넘는 사진을 찍었다. 무궁무진 변화하는 오묘한 공간을 경험하며 그가 느낀 희열이 문장 사이사이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옥의 풍경은 살아 있는 실체라서 오감으로 교류할 수 있다. 부엌이라면 밥 하는 냄새가 나고 꽃이라면 향기가 난다. 나무라면 바람소리를 방 안까지 들려줄 것이다. 마당 가득 들어온 햇빛은 풍경을 찬란하게 만들 뿐 아니라 방 안까지 파고들어 사람의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임 교수는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멋진 풍경을 보여 주는 데 머물지 않고 프로이트, 증자, 포스트모더니즘, 불교사상 등의 화두를 종횡무진 언급한다. 39채의 한옥 창을 장난감 다루듯 밀고 당기며 찍은 160장의 사진. 끝까지 천천히 넘겨보고 나면 동서양 건축사를 구석구석 탐닉한 저자의 묵직한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책 말미에는 본문에 소개한 한옥의 주소와 해당 페이지, 간단한 연혁을 정리해 놓았다. 책을 읽은 독자가 카메라를 들고 가까운 한옥을 찾아가 직접 문을 밀고 당겨 보는 것이 저자가 글을 쓰고 셔터를 누르며 내내 품은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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