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참여의 열기속으로 vs 다시 순수열정으로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코멘트
대학로-off 대학로 축제 실험적 공연현장 맞대결

한국의 공연 메카로서 대학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축제와 대학로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탈(脫)대학로 축제가 나란히 열린다. 10∼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열리는 ‘2009 대학로 페스티벌 D.FESTA’와 7일∼11월 29일 서울 중구 저동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리는 ‘제8회 오프(off) 대학로 페스티벌’이다.

D. FESTA는 2001년 매달 마지막 토요일 차 없는 대학로 거리에서 펼쳐졌던 ‘대학로 마토축제’를 계승한 축제. 2007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면서 8∼10월 석 달간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개최됐고 지난해부터 축제 기간을 가을 열흘 안팎으로 확대됐다.

‘무아지경’이 주제인 올해 축제는 10일 오후 2시 ‘퍼레이드 맨발의 고백’을 시작으로 개막한다. 창경궁∼이화사거리 차로를 연극인들과 시민들이 맨발로 걷는 행사다. 120여 개 소극장이 밀집한 대학로 전체를 ‘열린 문화의 장’으로 각인시키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 중심으로 축제를 꾸렸다. 마로니에공원에 설치된 주무대에서는 평일 오후 4시, 주말 오후 1시부터 20여 개 인디밴드와 브라스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주변 공간에는 낙서미술 전용 비닐막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무대세트를 직접 만들거나 셰익스피어 연극을 즉석에서 공연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도 제공한다. 소규모 마당극 인형극 그림자극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10, 17, 18일 오후 10시엔 ‘DJ 레이블 파티’도 열린다.

음악, 마임, 스태추 마임(조각상처럼 정지해 있는 마임), 마술, 서커스를 펼치는 74개 아티스트팀은 대학로 전체를 돌아다니며 거리공연을 펼친다. 이 중 20개 팀은 대학로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관객을 찾아가 실내 공연도 펼친다. 매일 오후 7시 반∼9시엔 민들레영토와 아르코예술극장 앞마당, 마로니에공원을 무대로 삼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동 공연도 펼쳐진다. 까망소극장, 씨어터디아더, 행복한 극장, 아리랑소극장 등 4개 소극장에선 ‘날것과의 싸움’을 뜻하는 ‘날쌈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16편의 실험적 공연을 맛볼 수 있다. 02-741-4188

이에 맞서 7일 개막한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은 11월 29일까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열린다. 2002년 ‘다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연극을 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학로 공연장에 오르기 어려운 연극을 집중 소개한 데서 시작한 공연 축제다. 초기 ‘세계명작 실내극 시리즈’와 ‘사뮈엘 베케트 전’ 등 서양연극의 고전 소개에 주력하다 최근엔 무게중심이 창작 공연으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는 창고극장과 청예, 레지스탕스, 전원, 숲, 손수 등 6개 극단이 참여해 페미니즘 연극작품을 집중 소개한다. 개막작으로는 고 엄인희 작가가 여성의 생리전증후군(PMS) 문제를 소재로 2000년 발표했던 ‘비밀을 말해줄까?’(정대경 연출)가 24일까지 공연된다. 이어 한국의 ‘한 많은 여성’이란 고정관념을 뒤집어보는 ‘상자 속 여자’(김유미 작, 표원섭 연출)와 페미니스트들이 사랑하는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김효 연출)가 무대에 오른다. 성추행 사건을 통해 남녀의 권력관계를 고찰한 ‘종구 씨와 옥순 씨의 불편한 권력관계’(강병헌 각색, 김윤걸 연출), 귀족 여성과 남자 하인의 금지된 사랑을 다룬 스웨덴의 극작가 스트린드베리 원작의 ‘미스 줄리’(장익렬 연출),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들을 여성으로 바꾼 ‘그녀, 고도를 기다리며’(김진태 각색, 김국희 연출)가 뒤를 잇는다. 02-6381-450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