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민씨 책 ‘주-나는 사실을 존중한다’ 무슨 내용 담았나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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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다우너소=광우병 연결은 무리”
작가 “그렇게 하면 방송 못 만들어요”
작년 4월 번역 의뢰부터
올해 검찰 기소까지 정리

정지민 씨(26)는 10월 출간할 책에서 MBC ‘PD수첩-광우병 편’의 왜곡보도에 대해 “게이트키핑의 실패가 빚은 불행한 보도”라고 지적했다. 정 씨는 이 책에 2008년 4월 PD수첩의 의뢰로 ‘광우병 편’의 번역을 맡을 때부터 올해 6월 19일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할 때까지 PD수첩의 왜곡 과정, 해명 방송, 제작진 및 옹호자들의 주장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래는 책의 요약이다.

○ 빈슨 사인, 인간광우병 몰아

지난해 4월 말 방송 번역을 맡을 때 보조작가는 방송의 주제가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여성의 이야기’라고 했다. PD수첩은 수많은 의도적 오역을 통해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vCJD)에 ‘걸렸던’ 사람이고 그 어머니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빈슨을) 확실한 vCJD 희생자로 비추었다.

PD수첩은 빈슨의 어머니가 의학적 지식이 없어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과 vCJD를 헷갈렸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와의 인터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순적 행동을 해 빈슨이 vCJD로 죽었을 것이라는 내용을 시청자에게 주입했다. 또 제작진은 빈슨이 위장우회시술을 받은 사실과 이후 3개월간의 점진적 증상도 완전히 누락해 vCJD로 몰아갔다.

PD수첩은 오역 논란이 불거지자 빈슨 모친이 딸의 사인으로 유일하게 고려했던 것은 vCJD라는 주장을 거듭 내세웠다. 현지(미국) 대부분의 언론이 CJD를 거론했고, 그것을 빈슨 모친에게서 들었던 상황에서 빈슨 모친이 PD수첩에만 MRI 소견을 vCJD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을까. 현지 언론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CJD로 방향을 선회했다. 나중에 빈슨 가족이 제기한 의료소송 기록에는 vCJD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병원은 모두 CJD로만 진단했다.

○ 주저앉은 소가 광우병 소로 둔갑

영어 감수 도중 ‘동물 학대 혐의를 받는 인부들’이란 의미가 들어있는 대목에서 보조작가는 이야기 중 ‘광우병 소’라는 표현을 썼다. 내가 찌푸리며 아니라고 하자 ‘그럼 광우병 우려 소?’라고 되물었다. 당시엔 이것이 보조작가와 제작진이 공유한 개념이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보조작가에게 다우너 동영상에 대해 시각적인 효과와 파급력 때문에 많이 사용하려는 것 같은데, 광우병에 연관시키기엔 무리라는 말을 심각하게 하자 작가는 “그렇게 하면 방송 못 만들어요”라고 말했다.

○ MBC, PD수첩 논리 확대재생산

PD수첩의 김보슬 PD는 빈슨에게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리고 부검을 의뢰했다며 PD수첩이 인터뷰를 딴 A J 바롯을 대단한 의사로 평가했다. 그러나 바롯은 인도에서 의대를 졸업해 미국에서 전문의 인증 없이 1차 진료를 하는 의사에 불과했다. 그는 MRI를 판독할 능력이 없었다. 바롯은 뒷날 검찰에 빈슨과 관련해 PD수첩에 아무 얘기도 한 적이 없다는 진술서를 보내왔다. 뒤늦게 논쟁에 뛰어든 진중권은 PD수첩의 해명방송 다음 날인 “vCJD와 CJD 논란에 관한 PD수첩의 해명은 정당하고 정 씨의 다우너 소 문제 제기도 헛발질로 끝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정 씨의 주장이 대부분 맞다”며 “PD수첩이 MRI 결과를 vCJD로 바꾼 것이 마음에 걸리고 이 부분에 대한 PD수첩의 해명이 있지 않으면 방송 내용이 상당히 훼손되겠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을 성원한다”고 말을 바꿨다.

MBC도 PD수첩의 논리를 확대 재생산했다.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는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보에게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여성의 보도가 있었는데 정말 미국산 쇠고기를 믿어도 되나”라고 물었다. 생방송 오늘아침에서도 폐기 전 다우너 소를 가리켜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30개월 이상된 소를 먹지 않는다는 것은 단골 메뉴로 내보냈지만 사실과 다른 얘기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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