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예술 장인들이 본 배용준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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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오른쪽)이 4월 초 강원 춘천시의 동아시아 차연구소를 방문해 박동춘 소장이 찻잎을 덖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비오에프
배용준(오른쪽)이 4월 초 강원 춘천시의 동아시아 차연구소를 방문해 박동춘 소장이 찻잎을 덖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비오에프
독하더라…맨손으로 일주일간 옻칠 실습
착하더라… 폐 끼칠 수 없어… 도시락 싸와

배용준은 ‘옻 예술가’ 전용복 관장을 만나기 위해 2월 26일 일본 이와테 현에 있는 이와야먀 칠예미술관을 찾았다. 배용준은 1주일 동안 그곳에서 스태프와 머물며 옻칠을 배웠다. 아침부터 오전 1, 2시까지 작업에 매달렸다.

전 관장이 옻독이 오를 것을 걱정해 장갑을 끼라고 했다. 배용준의 대답은 이랬다. “장갑을 끼면 감이 둔해집니다. 장갑을 끼려면 오지도 않았습니다.” 전 관장은 “인근 호텔이 있는데도 배용준은 침낭을 가져와 숙소에서 함께 먹고 잤다. 날씨가 추워 아침에 일어난 배용준의 볼이 발갛게 얼어 있곤 했다”라고 회상했다.

‘용사마’ 배용준이 지난 1년 동안 집필한 사진여행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 23일 나온다. 그는 21일 패혈증으로 입원한 지 나흘 만에 퇴원해 2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책을 준비하는 동안 신경을 많이 써서 면역력이 약해졌고, 체중도 10kg가량 빠졌다. 배용준은 책을 쓰기 위해 12명의 문화예술 장인(匠人)을 찾아가 취재했다. 이들 중 9명에게 ‘장인이 본 배용준’을 들어봤다.

○ “끈기에 혀를 내둘렀다”

배용준은 6월 말 전통술 연구가 박록담 소장의 연구소에서 직접 전통 술을 빚었다. 그가 빚은 술은 ‘동정춘’(백미와 누룩을 섞어 발효해 만드는 술로 물을 첨가하지 않는다)으로 가장 까다롭고 어렵다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배용준은 재료를 버무리다가 손이 까져서 피가 나오기도 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술 빚기는 오후 8시에야 끝났다. 박 소장은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진짜 배우려고 하더라. 내가 더 놀랐다”고 말했다.

배용준은 도예가 천한봉 씨에게 가서는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물레를 돌리기도 했다. 동아시아 차연구소 박동춘 소장이 운영하는 강원 춘천시의 차밭을 찾았을 때는 오후 10시까지 배운 뒤 근처에 숙소가 없어 춘천 시내에서 잔 뒤 이튿날 새벽에 왔다. 식사 때문에 “폐 끼치기 싫다”며 연구소 직원까지 먹을 수 있도록 한정식 도시락을 싸왔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씨에게는 오후 10시까지 김치 담그는 법도 배웠다. 이 씨는 “배 씨는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6월 초 전남 광양시 청매실농원 홍쌍리 씨를 찾았을 때는 점심을 대접받은 뒤 사인 요청을 받자 “점심을 해주시느라 고생하신 분에게 먼저 해드리고 나중에 해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1년간 집필한 사진여행에세이
‘한국의 아름다움…’ 내일 출간

○ “친환경 전통 마을을 만들고 싶다”

배용준이 고생을 하면서 책을 쓴 이유는 무얼까. 배용준은 건축가인 이상해 성균관대 석좌교수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 일을 하면서 돈이 좀 생겼습니다. 사회적으로 환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환경과 도시 문제가 심각하고 시골은 낙후돼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 생태가 살아 있고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게 소원입니다.”

배용준은 책 출간을 넘어 친환경 전통마을 조성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 교수에게 전통 가옥의 특성을 꼼꼼히 물었고, 길상사 정림 스님을 만나서는 공동체 생활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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