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디트]부산영상위 로케이션 매니저 양성영 팀장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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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위원회 양성영 로케이션 팀장은 “요즘엔 도로나 경찰서 장면만 부산에서 찍는 영화도 많아졌다”며 “일은 많아졌지만 부산이 영화도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영상위원회 양성영 로케이션 팀장은 “요즘엔 도로나 경찰서 장면만 부산에서 찍는 영화도 많아졌다”며 “일은 많아졌지만 부산이 영화도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부산영상위원회
“바다,산,항구,화끈한 시민까지… 촬영지로 부산만한곳 또 있나요”

영화 ‘해운대’ ‘애자’ ‘내 사랑 내 곁에’ ‘불꽃처럼 나비처럼’ ‘부산’….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개봉된 상업 영화 중 부산이 배경인 영화만 200여 편. 이 영화들은 대부분이 양성영 부산영상위원회 로케이션 팀장(32)의 손을 거쳤다.

지금 부산에서 영화 ‘주유소습격사건2’의 촬영 장소를 섭외 중인 양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직함을 ‘로케이션 매니저’라고 소개했다. 시나리오에 맞는 장소를 섭외하는 ‘로케이션 헌터’에 그치지 않고 관공서나 주민에게서 허락을 받아 촬영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시나리오에 ‘오전 2시 남녀 간 미묘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음침한 재즈카페’라고 적혀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죠. 먼저 이에 걸맞은 카페 목록과 사진을 뽑아 해당 영화의 연출부에 줘요. 장소가 정해지면 관할 구청, 카페 주인, 인근 상인에게까지 허락을 받아내죠. 카메라만 들이대면 영화를 찍을 수 있게끔 장소와 관련된 모든 걸 준비해요.”

상황별 주제별 카테고리로 나뉘어 부산영상위원회 홈페이지에 수록된 영화 촬영 장소만 3만5000여 곳. 2000년대 초까지는 공무원과 주민의 촬영 협조를 얻는 게 일의 시작이자 끝이었지만 요즘엔 ‘이곳을 촬영지로 써 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넘쳐난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아예 홈페이지에 ‘촬영 장소 신청’ 코너를 만들었다.

감독의 머릿속에 담긴 이미지를 현실에서 찾는 건 쉽지 않은 일.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양 팀장은 하수처리장을 찾으려고 3주간 부산의 하수구를 뒤졌던 경험을 떠올렸다. 영화 ‘괴물’의 장소 섭외를 위해서였다. “냄새도 지독한 데다 보안구역이라 찾아다니는 게 쉽지 않았어요. ‘부산에 이렇게 어둠침침한 곳들이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고요. 결국 영화는 서울 한강의 하수구에서 찍기로 결정됐지만, 제가 찾아다녔던 곳은 영화 ‘전우치’의 촬영 장소로 사용했어요.”

‘말아톤’의 초원이가 ‘100만 불짜리 다리’로 뛰어다니는 푸른 초원(금정산)이나 ‘내츄럴시티’의 암울한 미래도시(구 공무원수련시설 근처 방공호), ‘사생결단’에서 두 대의 차량이 폭발하는 항구(감천항) 등이 양 팀장이 찾아낸 촬영지다. 우범지대였던 감천항에서 촬영하기 위해 국가정보원과 항만공사, 법원, 관할 구청 공무원이 모인 전체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양 팀장은 “말 그대로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제작자들에도 부산은 매력적인 촬영지로 부각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중 처음으로 ‘베벌리힐스 닌자2’가 지난해 부산에서 촬영을 마쳤고 요즘엔 일본 영화 ‘20세기 소년’이 촬영 중이다. 어떤 점이 영화인들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해 뜨는 바다를 보려면 해운대로 가고, 서해안 같은 낙조를 보려면 다대포에 가면 되죠. 어디 바다만 있습니까. 산도 있고 낙동강도 있고 ‘센텀시티’ 같은 최첨단 도시도 있죠. 무엇보다 한 번 마음을 열면 만사 제쳐두고 화끈하게 도와주는 부산 시민들이 있잖아요. 이런 곳이 세상에 또 어디 있습니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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