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전에 막걸리’ 이제는 옛말?

  • 입력 2009년 9월 4일 22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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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에스프레소', '떠먹는 막걸리', '홍삼 막걸리'….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 내 콩두레스토랑에서 열린 '막걸리 트랜스포머 전시회'에서 선보인 막걸리들이다. 막걸리를 민속주점에서 파전과 함께 들이키던 옛 술로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막걸리도 세련된 세계인의 술로 진화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는 막걸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음식점 '친친'에서는 애플의 '아이팟(iPod)'이 있어야 막걸리를 주문할 수 있다. 직원이 테이블마다 나눠주는 아이팟의 프로그램에 접속해 원하는 막걸리를 클릭하면 음식점 주방의 모니터에 주문 내역이 뜬다. 친친 관계자는 "막걸리에 젊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아이팟 주문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친친에서는 그냥 "막걸리 주세요"하고 주문하면 안 될 것 같다. 메뉴판에는 '샤토 탈보', '보졸레 누보' 등 와인 목록을 보는 것처럼 '배혜정 막걸리', '익산 막걸리', '송명섭 막걸리' 등 막걸리 가짓수가 많았다. 디저트로는 '막걸리 셔벗', '막걸리 아이스크림'을 맛 볼 수 있다. 친친은 '보졸레 누보'처럼 한국의 햅쌀로 빚은 막걸리를 개발해 판매할 계획이다.

주류업체 국순당은 '프리미엄 막걸리' 개발로 고급 와인과 승부한다는 포석이다. 이번 추석에 고려시대 고급 탁주로 알려진 '이화주'를 복원해 '법고창신 이화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막걸리 한 병 값이 7만5000원 대에 이른다. 걸쭉해서 요거트처럼 떠먹는 재미도 있다.

국순당은 고급 막걸리 이미지를 국내외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술병 디자인에 특히 공을 들였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녹색 플라스틱 병으로는 와인이나 양주의 세련된 병에 익숙한 세계인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며 "디자인 투자도 막걸리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막걸리만의 매력

전문가들은 막걸리가 세계적 술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에스프레소, 과일즙 등 다른 식품과 섞여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을 꼽는다. 한윤주 이마컴퍼니 대표는 "막걸리는 맛이 부드러운데다 입을 중화시키는 특징 때문에 다른 식품과 섞여도 멋진 조화를 이룬다"고 했다. 쌀로 만든 '참살이(웰빙) 술'이라는 이미지도 다른 술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막걸리는 쌀 시장에 힘도 실어준다. 막걸리 원료인 쌀의 소비가 늘면 쌀 재고를 해결하고 쌀 가격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은 "막걸리 육성은 원료 농산물 소비 등을 통해 농가 소득을 올리는 한 방편이 된다"며 "전통주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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