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따끈한 디저트’ 맛 보셨나요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 한국 진출 나카무라 요리학교 강사 요코다 씨

《옅은 라임색의 ‘판나 코타’가 앙증맞은 유리그릇에 담겨 나왔다.

판나 코타는 생크림과 우유, 설탕을 섞어 끓인 후 차갑게 식힌 디저트다.

위에 얹혀 있는 붉은 방울토마토와 오렌지 조각이 투명한 젤라틴과 섞여 반짝 빛이 난다.

한 스푼 떠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러운 덩어리가 연두부처럼 부서진다.

아스파라거스의 신선한 향내가 엷은 달콤함과 함께 입 안 가득히 퍼졌다.

디저트 전문가 요코다 히데오 씨는 “아스파라거스를 넣은

‘판나 코타’”라고 소개했다.》

○ “기성품 디저트는 가라” 즉석 요리시대

요코다 씨는 나카무라 조리제과 전문학교(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디저트 만들기 시범을 보이는 중이다. 60년 전통의 나카무라 학교는 일본 요리학교로는 처음 한국에 진출해 9월 첫 수강생을 받는다. 요코다 씨는 이곳의 전문강사이자 자신의 ‘디저트 공방’을 운영하는 요리사다. 그는 30년간 레스토랑, 호텔 식당에서 일했고 그중 15년은 디저트만 만들었다. 흔치 않은 ‘디저트 전문가’인 셈이다.

“디저트도 메인 요리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요코다 씨는 주문 제작해 먹는 디저트가 메인 요리만큼이나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이런 디저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따뜻한 성질의 재료는 따뜻하게, 찬 성질의 재료는 차게 해 먹을 수 있다. 예컨대 따뜻한 파이 위에 신선하고 차가운 크림과 과일을 올려 먹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기성품 디저트 케이크’가 케이크, 크림, 과일 모두 섭씨 5도 정도의 냉장실에서 일괄 보관되는 것과는 다르다.

○ 일본 디저트의 ‘엷은 맛’

메인 요리의 맛이 세계 각 곳에서 다르듯이 식후 즐기는 디저트의 맛도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디저트는 맛이 아주 달거나 아주 시다. 나카무라 학교 이사장 나카무라 데쓰 씨는 “한 입 먹으면 ‘아, 달다’라고 탄성이 나오고, 계속 먹다 보면 너무 달아서 이가 아플 정도”라고 말한다. 반면 일본의 디저트는 ‘엷은 맛’이다. 부드럽게 달고 신 맛이다.

디저트의 맛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메인 요리가 디저트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디저트는 메인 요리와 어울려야 한다. 나카무라 씨는 “프랑스의 메인 요리는 달지 않은 반면 일본 요리는 단 편”이라며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맛이 단 디저트가 인기고 일본에서는 달지 않은 디저트가 인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어떨까. 나카무라 씨가 보기에 한국 사람들은 메인 요리에 설탕을 넣지 않으면서도 디저트 역시 단맛을 찾지 않는다. 그는 “한국인들은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며 “딸기, 팥, 고구마 등 덜 달고 심심한 것들이 인기”라고 말했다.

일본 디저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손대기 힘들 정도라는 점이다. 유럽의 디저트는 그에 비하면 투박해 보인다. 유독 일본 사람들이 섬세한 디테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자동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섬세한 기술에 일본인의 국민성이 배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약간 흡집이 나거나 작은 부분까지 예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며 “작은 부분에서도 섬세함을 찾는 것이 일본인의 국민성”이라고 말했다.

○ 메인 요리가 된 디저트

요새는 한국에도 디저트 카페가 생기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보다 좀 더 빨리 디저트 전문 카페가 생겨났다. 요코다 씨는 도쿄 외곽의 사이타마에서 ‘디저트 공방’을 운영한다.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먹는 디저트를 선보인다. 38석의 좌석이 있고 요리 강습회도 가끔 연다.

한국에서는 쉐라톤워커힐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등이 선보이는 디저트 뷔페와 SPC그룹의 디저트 카페인 ‘패션5(Passion5)’ 등이 유명한 편이다. 이곳에서는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디저트보다 미리 만들어져 있는 디저트를 주로 판다.

요코다 씨는 한국의 디저트 문화에 대해 “아이디어는 100점, 맛은 70점”이라고 평가했다. 디저트 전문가에게는 미리 만들어놓은 디저트만 파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그는 “한국은 디저트 문화가 발달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늘 해오던 것 이외에 색다른 것을 시도하면 빠르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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