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8분


1613년 간행된 동의보감 초간본(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이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연합뉴스
1613년 간행된 동의보감 초간본(국립중앙도서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이 3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연합뉴스
“백성위한 의학서” 높은 평가
17세기 동아시아 의학 집대성
한의학 세계화 기틀 마련
마그나카르타 등 35건 등재

1613년 간행된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의 반열에 올랐다.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31일(한국 시간) 바베이도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9차 국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유네스코가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이상 1997년 등재), 승정원일기, 직지심경(이상 2001년 등재),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팔만대장경)과 경판들(이상 2007년 등재)을 포함해 7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다 보유국이다. 이번 회의에선 동의보감을 비롯해 ‘마그나카르타’(영국), ‘니벨룽의 노래’(독일) 등 35건이 새로 등재돼 세계기록유산은 83개국 193건으로 늘어났다.

성의(聖醫) 허준(1539∼1615)이 선조의 명을 받아 동의보감 편찬에 들어간 것은 임진왜란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민생이 피폐해진 1596년. 체계적인 조선의 의학을 확립해 백성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5년간의 작업 끝에 1610년 25권 25책으로 완성됐고 3년 후인 1613년 간행됐다. 이번에 등재된 동의보감은 1613년 찍어낸 초간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다.

17세기 당시 중세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이후 가장 널리 사용된 의서로, 일본 중국에까지 전해져 동아시아 전통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동의보감은 백성의 의료건강을 위해 성리학의 위민(爲民)사상을 구현한 의학기록물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동의보감은 현대 생활에서도 활용되고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 같은 관심은 소설과 드라마의 인기 등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은성 씨의 ‘소설 동의보감’은 1990년 출간돼 밀리언셀러가 됐으며 1999∼2000년 MBC 드라마 ‘허준’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국내 한의계는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통의약’ 시장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크게 반겼다. 한의계는 물론 보건복지가족부도 이번 일이 한의학의 세계화 추진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한국과 티베트 몽골의 전통의학을 중의학에 포함시키는 중의학공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등재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현수 회장은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좋은 계기”라며 “한의계를 넘어 우리 민족의 큰 경사”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한의학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복지부는 동의보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해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고, 동의보감 특별기획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또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2013년에는 국제한의약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엑스포 기간에는 ‘세계전통의학대회’도 함께 열려 국내 한의약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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