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소통-열정으로 일군 ‘현대미술의 숲’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빽빽이 박아넣었다. 사진 제공 지안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해골에 다이아몬드를 빽빽이 박아넣었다. 사진 제공 지안
◇창조의 제국: 영국 현대미술의 센세이션/임근혜 지음·512쪽·2만7500원/지안

◇우연한 걸작/마이클 키엘만 지음·박상미 옮김·336쪽·1만6000원/세미콜론

《21세기 영국 런던은 새로운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2007년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영국에서 판매한 현대미술품 총액은 2001년에 비해 12배 증가했다.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등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들은 yBa(young British artist)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영국에서 큐레이터십 석사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는 책을 통해 “보수적인 이미지의 영국이 어떻게 일탈과 도발을 일삼는 현대미술의 강국으로 부상했는가”에 답한다. 1980년대 후반, 임대료가 저렴한 재개발지역의 대안공간에서 전시회를 여는 젊은 작가들이 영국 미술계에 등장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노동계급이나 이민자 출신으로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주제의 작품에 특유의 감수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담았다. 자신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나선 이들을 계기로 영국 미술계는 평론에서 시장 위주로 재편된다.》

다문화를 원동력으로 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사회와의 관계 맺기를 통해 그 영향력을 넓혀간다.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현대미술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빈민가의 모습을 벗은 런던 웨스트엔드 등 공공미술은 영국 현대미술이 대중과 호흡하며 사회의 중심에 서는 길을 마련했다.

책은 이 외에도 세계 미술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찰스 사치, yBa를 키운 마이클 크랙-마틴 등 현재 영국 현대미술의 주요 인물들과 작가 20여 명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창조의 제국’이 영국 현대미술 전반을 산업의 관점에서 조망하면서 숲을 살핀 책이라면 ‘우연한 걸작’은 현대미술의 걸작 속에 숨어 있는 사연을 면밀히 살피며 나무를 그려낸 책이다.

저자는 ‘우연의 미학’에 주목한다.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는 1914년 떠난 남극 원정에서 조난당해 열 달간 빙하에 갇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남극의 압도적인 풍경과 원정대의 사투를 사진에 담았다. 우연한 재난이 걸작을 탄생시킨 셈이다.

우연이 예술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중독에 가까운 열정이 필요하다. 1893년 피에르 보나르는 전차에서 내리는 마르트 드 멜리니와 우연히 마주친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보나르는 신경증에 시달리던 멜리니의 곁을 지키며 평생 은둔하는 삶을 산다. 그는 멜리니와의 일상을 소재로 끊임없이 작품을 그려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특유의 내면성찰이 느껴지는 보나르의 작품은 이런 소리 없는 열정의 결과물인 셈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조각작품 ‘도시’ 완성에 40여 년을 매달리고 있는 마이클 하이저, 7만5000여 개의 전구를 수집한 치과의사 휴 프랜시스 힉스 등을 만난 경험 등을 말한다. “(예술에) 눈을 연다는 건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됐다는 뜻”이라는 그의 말에서 따뜻하고 관용적인 예술감상법을 읽을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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