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3>文猶質也며 質猶文也니 虎豹之…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춘추시대 衛(위)나라 大夫(대부)인 극자성(棘子成)이 “군자는 실질이 중요할 따름이다. 어찌 몸을 닦아 꾸밀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공자의 제자 子貢(자공)은 “애석하군요, 그대가 君子에 대해 말씀하는 것은! 駟不及舌(사불급설)이라 합디다”라 하고는 위와 같이 말했다. 駟不及舌은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로도 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말로, 한번 잘못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신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당시의 속담이었다. 극자성과 자공의 이 대화는 ‘논어’ ‘顔淵(안연)’편에 나온다.

文猶質也와 質猶文也는 둘 다 A猶B也의 짜임이다. 猶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같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뒤의 猶도 그러하다. 文이란 學問(학문)이나 禮樂(예악)으로 용모나 동작을 우아하게 꾸미는 일을 말한다. 質이란 忠信(충신) 같은 인간 本然(본연)의 바탕을 말한다. 곽(곽)은 털을 제거한 날가죽이다. 마지막 두 구절은, 만약 털이 없다면 호랑이 가죽이나 표범 가죽인지, 개 가죽이나 염소 가죽인지 구별할 수 없듯이, 만일 學問이나 禮樂이 없다면 군자인지 야만인인지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자공은 君子란 文과 質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사실, 공자와 그 門下(문하)는 文과 質에 대해 어느 한쪽도 輕視(경시)하지 않았다. ‘논어’ ‘雍也(옹야)’편에서 공자는 “본바탕이 겉모습을 이기면 촌스럽고 겉모습이 본바탕을 이기면 번드르르하다”라는 뜻으로 ‘質勝文則野(질승문즉야), 文勝質則史(문승질즉사)’라 했고, 다시 文質彬彬(문질빈빈)해야 군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질박한 풍조가 사라지고 겉만 요란하게 꾸미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하다. 지금 우리 시대는 어떠한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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