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승부는 끝났다, 자유주의가 웃었다…‘자유의 지배’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 자유의 지배/마이클 만델바움 지음·황원남 옮김/676쪽·2만8000원·민음사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테러로 무너졌다. 세계무역센터는 전 세계로 뻗은 상업과 금융의 네트워크를 대표하는 자유시장 체제의 상징물이었다. 즉 테러는 시장경제에 대한 공격이었다. 심장부를 강타당한 시장경제에는 그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저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테러범들은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넘어뜨릴 수는 있었지만 그 빌딩을 구현시킨 제도를 제거할 수는 없었다. 그 제도는 테러 행위로는 말살시킬 수 없는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깊게 뿌리내려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테러범들은 자신들이 파괴하고자 하는 것을 대체할 만한 것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국제관계학 권위자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자유 시장과 민주주의, 평화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자유주의의 신봉자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쳐 탈냉전 시대에 이르는 동안 자유주의는 줄곧 승리해왔다고 말한다. 또 자유주의는 여러 가지 도전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도 세계의 지배적 체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도전으로는 중국 러시아 미국의 정치적 위기,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세계 경제의 붕괴 등을 꼽았다. 또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도 위험 요소다. 그러나 이런 위협이 있을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유주의적 정치 기구 모델이 더 적격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유주의 체제는 자유로운 토론을 허용하고,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정치 운동을 허락하며 수많은 국제기구를 만든 것에서 보듯 국제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유주의의 중심축인 평화, 민주주의, 자유 시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창조를 위해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제시한 이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윌슨은 파리평화회의에서 ‘군비 제한’ ‘민주주의’ ‘자유 무역(을 통한 번영)’을 제창했다.

윌슨의 세 가지 이념은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볼 때 모두 자유주의적이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국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며,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고 해임할 수 있는 힘을 개인에게 제공한다. 시장경제의 최고 목표는 개인 소비자들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군비 축소 역시 마찬가지다.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정부이므로 전쟁은 개인보다 정부의 힘을 키워 주는 반면 평화는 전쟁 때문에 상실될 수도 있는 개인의 생명을 보존해 준다.

자유주의는 냉전시대를 거치며 파시즘, 공산주의 세력과 주도권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자유주의의 승리였다. 냉전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에 자유주의적 경제 이념들을 적대시했던 국가들이 잇달아 자유주의 원칙들을 채택한 것이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은 1991년 “우리 조국은 운이 없었다.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의 실험 대상으로 결정됐다. 운명이 우리를 정확히 이런 방향으로 몰고 와, 결국 이 세상에 마르크스 이념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입증하게 만들었다. 그 이념은 우리를 세계의 문명국들이 걸어온 길 밖으로 밀어냈을 뿐이다”는 말을 남겼다.

자유주의의 우월성은 냉전시대에도 여러 사례를 통해 나타났다. 국가가 분단된 한국과 독일에선 남한과 서독이 수용한 자유주의 체제가 승리했다. 자유경제 질서가 더 생산적인 체제임을 입증한 것이다. 공산 체제하에서 떠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조국을 등졌다. 그들의 이주 행렬은 오로지 한 방향이었다. 즉 공산주의에서 자유주의로의 이동이었다.

저자는 다윈의 진화이론을 들어 자유주의의 우월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자유주의 체제가 냉전에서 살아남은 것은 그 체제가 반자유주의 체제를 물리쳤기 때문이 아니라 반자유주의 체제보다 환경에 더 잘 적응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저자는 시장의 비유도 들었다. 20세기 반자유주의의 변종인 공산주의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했다는 해석이다. 소련과 그 종속국들은 스스로 지탱할 자금을 상실했고 정치적 파산을 겪었다. 이런 유추를 확대해 보면 도산한 회사가 종종 경쟁사에 인수되는 것처럼 냉전이 종식되면서 공산주의 세계는 과거 경쟁사이던 새로운 경영진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

저자는 자유주의의 미래는 탄탄하다면서 “정부는 시장경제가 번영을 가져오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구축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시장은 민주주의를 낳고, 민주주의는 시장을 낳게 된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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