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이정재-민효린이 사는 ‘트리플’속 그 집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서교동 카페 ‘에뚜와’ 나들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수공예 냄새가 나는 집은 없을까. 막 두드려 만든 집 말고 살아 있는 듯한 집,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 그런 집….’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스타 연출자가 된 이윤정 PD는 남자 셋, 여자 셋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MBC 새 수목 드라마 ‘트리플’을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집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봤다. 그래서 1년여 촬영장소가 될 집을 찾아다녔다. 어느 날 늦은 밤 조연출에게서 전화가 왔다. “홍대 근처에서 술 마시고 집에 가다 누나가 생각하던 집을 드디어 찾았어.”》

드라마를 찍고있는 1층은
미니멀한 스칸디나비아풍
2층 갤러리엔 골동품 가득
항아리-베개 전시품 ‘푸근’

그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갤러리 카페 ‘에뚜와’(02-322-9848)였다. 앞마당이 있는 2층 집, 거실 통유리를 통해 발 벗고 마당으로 나설 수 있고, 너른 2층 창으로 밤하늘의 별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집, 게다가 마당의 아주 작은 별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집…. 이 PD는 이 집을 본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광옥 에뚜와 대표를 설득해 이곳 1층을 세트장으로 꾸며 다음 달까지 매주 수, 목요일 촬영장으로 쓰게 됐다.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셋의 집이다. 고로 에뚜와에 가면 1층 세트장, 2층 본래의 갤러리 카페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 1층 이야기-‘트리플’ 스타일

10일 에뚜와에선 배우 이정재와 이선균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이선균이 네모난 흰색 일본 닛산 ‘큐브’를 탔다면, 이번에 ‘트리플’에서는 이정재가 파란색 도요타 ‘FJ크루저’를 탄다. 파란 색감이 너무 예뻐 ‘히트 조짐’이다.

감각파 이 PD는 ‘광고쟁이’인 남자 셋의 직업을 고려해 이들의 집을 미니멀한 ‘스칸디나비아’풍으로 꾸몄다. 이들은 다니던 광고회사를 뛰쳐나와 집에다 재택근무 사무실을 차리게 된다. 집을 카페 분위기로 변신시켜 줄 연갈색 6인용 테이블, 책장에 가득 꽂힌 디자인과 건축 관련 책들, 푹신한 주황색과 녹색 방석 형 소파…. 옛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칠판과 연필꽂이에 가득 꽂힌 ‘문교’ 색연필, 작은 캐리커처 그림 액자들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했다. 드라마에서 이정재가 배 모형을 만드는 곳은 에뚜와 마당에 있는, 통나무로 지어진 3.3㎡(1평) 남짓한 창고다. 제작진이 흰색 페인트로 창문에 그린 남자 얼굴이 익살스럽다.

이날 이정재는 ‘머린 룩(Marine look)’의 대표 아이템인 줄무늬 티셔츠에 몸에 꼭 맞는 ‘타임 옴므’ 재킷, 청바지, 캐주얼하면서도 단정한 검은색 서류가방, 빈티지 스니커즈 차림이었다. 드라마 2회 광고회사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란스미어’의 깔끔한 검정 더블 버튼 정장을 입고 갈색 구두를 신었다. 이정재의 스타일링을 맡은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절제된 영국 신사의 멋을 표현하고 싶다. 재킷, 티셔츠, 데님 바지의 기본 조합에 스니커즈나 옥스퍼드 슈즈를 매치하고 있다.”

이선균과 윤계상은 좀 더 자유로운 패션을 보여준다. 이날 흰색 ‘자라’ 피케 티셔츠(칼라 달린 면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 나이키의 빈티지 스니커즈 차림이었던 이선균은 드라마 첫 회 겨울 장면에서는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과 카키색 코트에 머플러를 무심한 듯 둘러 편안한 유럽풍을 연출했다. 윤계상은 가슴에 큼지막한 하트가 그려진 ‘콤 데 가르송’ 티셔츠에 카디건을 걸쳐 귀여운 ‘가르송(garcon·소년)’ 느낌을 극대화했다.

○ 2층 이야기-‘에뚜와’ 스타일

당분간 1층을 ‘트리플’ 촬영지로 내줬기에 에뚜와 2층에 올라서야 이곳 본연의 정취를 느껴 볼 수 있다. 전 대표는 1980년대부터 전국 각지를 돌며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친정어머니가 시골 고향에서 쓰던 항아리와 베개들을 몇 개씩 가져와 서울 집에 두었더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그 세월이 주는 푸근함에 매료됐단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에뚜와엔 전통 고가구와 수공예품이 곳곳에서 반긴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정원에서 마주치게 되는 키 높은 나무 솟대는 옛날 마을 어귀에서 손님을 기다린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광주(光州)에서 구해온 돌 연못 옆에는 붓꽃들이 오롯이 피어 있고, 부산 태생인 석등은 정원을 든든하게 수호한다. 2층 집을 개조한 이 갤러리 카페 창가에는 커다란 항아리 뚜껑 속에 각종 수생식물이 살고 있다. 벽에는 네모난 나무 과반(과일접시) 안쪽에 목단 자수가 놓인 천을 대서 마치 그림액자처럼 걸어두었다. 언젠가 어느 동양화가가 과반에 과일을 그려 경매에 내놓은 걸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느낌! 이곳의 모든 전시품은 판매용이어서 외국인들을 위한 선물로 적격일 것 같았다. 옛날 여인들이 꼼꼼히 수를 놓은 ‘코리안 핸드메이드’ 자수 액자가 20만 원대.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명품 소품 선물보다 얼마나 정겨운가.

에뚜와 2층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한국 전통문화를 감상하는 ‘슬로 카페’다. 십장생이 그려진 조선시대 관복장의 문을 열어보니 나무 가구 안에 옷을 걸어두는 봉이 달려 있다. 양반들은 ‘애기장’이란 2층장에 아이들 옷도 차곡차곡 개 따로 보관했다고 한다. 한옥 마루를 떼어 만든 튼튼한 테이블, 전 대표가 집 안 인테리어의 훌륭한 ‘오브제(objet·물건)’로 추천하는 한국의 옛 굴뚝들, 경남 밀양에서 구해온 작은 베개들….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뜻에서 빨간색 비단에 예쁜 자수를 놓았던 ‘수명대’란 천을 아크릴 액자 속에 넣어 걸으니 묘한 매력이 풍겨났다. 한옥에 살아보고 싶지만 이래저래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한국 전통 가구와 소품들은 작은 위안이 될 것 같았다.

‘트리플’의 이 PD나 ‘에뚜와’의 전 대표 모두 화해와 사랑이 깃든 ‘따뜻한 집’을 꿈꾼다. 이번 주말 조금 이색적인 데이트 장소를 찾는다면 에뚜와에 놀러가도 좋겠다. ‘트리플’이 전하는 요즘 트렌드도 덤으로 얻으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을테니.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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