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71>魯人이 爲長府러니 閔子騫이 曰…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들어맞는다는 뜻의 言必有中(언필유중)이란 성어가 ‘논어’ ‘先進(선진)’편의 이 章에서 나왔다. 愼言(신언)을 강조했던 공자로부터 제자 민자건은 하는 말이 사리에 들어맞는다고 칭찬을 받았다. 옛것을 허무는 것을 能事(능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損(손)이고, 자건은 字(자)이다. 魯(노)나라 사람이며, 孔門十哲(공문십철)의 한 사람으로 寡默(과묵)하면서 溫厚(온후)했다.

魯人(노인)은 노나라 정치를 맡아보는 사람으로, 昭公(소공)을 가리킨다. 爲長府는 장부라는 창고를 개축한다는 말이다. 소공은 三桓(삼환)이라 불리는 세 대부를 억누르려고 장부를 확장해서 무기를 비축하려 했다. 민자건은 소공이 결코 삼환을 정벌할 수 없거늘 괜스레 장부를 개축한다면서 백성들을 괴롭힐까 봐 염려했다. 仍(잉)은 ‘그대로 따르다’, 舊貫은 ‘옛 일’이다. 如之何는 ‘어떠할까’, 何必改作은 ‘어찌 반드시 고쳐 지어야 하는가’이다. 단, 정약용은 ‘어찌 반드시 새 화폐를 주조해야 하는가’로 풀이했다. 貫을 ‘일’이 아니라 ‘돈 꿰미’로 본 것이다. 여기서는 통설을 따랐다. 夫人은 ‘저 사람’이다. 有中은 적중함이 있다는 말이다.

문화와 제도에는 바꿔야 할 것도 있지만 보존해야 할 것도 있다. 사회적 미덕은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것을 갑자기 바꾼다면 우리 발밑을 허무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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