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를 통째로 바꾼 스님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주지 정우 스님, 진신사리탑 개방-친환경 운영 힘써

올 보살계 수계엔 사흘간 신도 1만여명 참가 대성황

한국 불교에는 불(佛) 법(法) 승(僧) 등 삼보(三寶) 사찰이 있다. 부처님 진신(眞身) 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통도사,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출중한 스님을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 송광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절 집에서는 “해인사에 가면 참선을 하게 되고, 송광사에 가면 공부를 하게 되며, 통도사에 가면 문화 예술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자장 율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 영축산 자락에 통도사(通度寺)를 창건했다. 당나라에서 가져온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기 때문에 이 절의 대웅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에는 불상이 없다. 금강계단과 대웅전은 국보 제290호로 지정돼 있다. 조계종 제15교구 본사로, 영축산 자락에만 19개의 암자가 있고, 산하에 160개 말사(末寺)를 두고 있다.

이 사찰의 주지 정우 스님(사진)은 서울 양재동 구룡사와 경기 고양시 여래사 등 국내외 22개 사찰을 개척한 조계종 도심포교의 선구자. 조계종 종정을 지낸 월하 대종사의 손(孫)상좌로 2007년 5월 통도사 주지로 부임했다. 부임한 지 2년도 안 돼 그는 사찰 주변 환경 개선과 선풍(禪風) 진작 및 신도 재교육에 헌신하며 사찰의 면모를 일신시켰다.

친환경, 글로벌 불교가 사찰 운영의 두 축이다. 절 곳곳에 남아 있던 왜색을 탈피하고 이런저런 명의로 돼 있던 절 자산 88필지 19만659m²(5만7674평)를 매입해 절 용지로 편입했다. 1년에 세 번만 개방하던 사리탑을 언제나 참배할 수 있도록 했고, 성보박물관 입장료도 없앴다. 지난해 9월에는 인근의 통도사관광호텔을 인수해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자비도량으로 탈바꿈시켰다.

2일 끝난 통도사 금강계단 보살계 수계 산림에는 사흘 동안 1만여 명의 신도가 찾아와 대성황을 이뤘다. 보살계는 1년에 한 번 불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을 다짐, 확인, 재인식하는 의식. 특히 통도사 보살계는 개산조(開山祖)인 자장 율사가 부처님의 진신 사리와 가사를 봉안하고 금강계단을 쌓아 계(戒)를 설(說)하신 계율의 근본도량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사찰 측은 계를 받는 신도들을 위해 석가모니 부처님과 자장 율사의 가사 친견법회도 열었다.

정우 스님은 “아무 연고도 없던 서울 강남에서 맨주먹으로 구룡사를 세웠듯, 136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통도사를 명실상부한 ‘불지종가 국지대찰(佛之宗家 國之大刹·절의 종가집이요, 나라 안의 큰 절이라는 의미)’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산=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