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광합성의 비밀…과학동아 4월호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배고플 때 밖에 나가 광합성으로 포도당을 만들어 배고픔을 달랠 수 있다면.’

밥맛이 없어도 숟가락을 잡아야 할 때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우리 피부는 다소 징그러운 초록색이겠지만.

식물이나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독립영양체’라고 부르고 사람을 비롯한 동물을 ‘종속영양체’라 부른다. 사람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생산자’인 식물에 기대 살고 있는 셈이다.

정말 모든 동물은 종속영양체일까. 육상동물은 그럴지 모르지만 바다에는 동물이면서도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다에 사는 갯민숭달팽이 종류인 엘리지아가 그 주인공이다. 물론 이 녀석의 몸 빛깔은 초록색이다.

엘리지아가 해조류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면 작은 잎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 같아 ‘기어 다니는 잎’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엘리지아는 광합성을 하는 조류(藻類)인 보케리아를 먹고 산다. 그런데 보케리아 세포 속의 엽록체는 소화시키지 않고 소화관 주변의 세포 안으로 보낸다. 세포에 자리 잡은 엽록체는 수개월 동안 죽지 않고 광합성을 해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엘리지아는 더는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과학동아 4월호에서는 엘리지아가 엽록체를 포획하고 공생하는 메커니즘을 자세히 다뤘다. 또 광합성 능력을 얻기 위해 엽록체를 두고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생명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진화의 현장도 소개한다.

한편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벼 개조 프로젝트도 소개한다. 여기서도 핵심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벼의 엽록체를 좀 더 효율적인 광합성 공장으로 리모델링하는 일이다. 태양전지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빛에너지를 이용하는 광합성의 비결을 양자 결맞음이라는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소개된다.

36억여 년 전에 시작돼 지구를 생명의 행성으로 바꾼 광합성. 21세기에 밝혀지는 광합성의 비밀을 들여다보자.

강석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suk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