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제목을 어찌할꼬?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기발한 자살여행’ 부정적 이미지 오해

“희망적 내용 담았는데 협찬 꺼려” 울상

“주제가 자살(自殺)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되찾자는 것인데, 억울합니다.”

뮤지컬 ‘기발한 자살여행’ 제작진은 요즘 제목 때문에 고민이다. 경제 상황이 나쁜 데다 배우 장자연 씨의 자살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바람에 ‘기발한 자살’이라는 제목이 오해를 낳고 있는 것.

협찬을 할 만한 기업들은 자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공연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꺼리고 있다. 연예인을 초청해 자살 방지를 주제로 한 강연회 겸 쇼케이스를 열 계획이었으나 자살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을 우려해 포기했다.

포스터를 붙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울 메트로 측에 지하철 역사에 포스터를 붙이겠다고 제안했지만 “자살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보면 승객들이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제작진은 여러 차례 설득 끝에 1∼4호선 전 구간에 2월 말부터 보름간 포스터를 붙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다만 파랑과 검정의 어두운 이미지가 담긴 기존 포스터 대신 밝고 화려한 포스터로 교체해야 했다.

핀란드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원작을 뮤지컬로 만든 ‘기발한 자살여행’의 줄거리는 ‘자살여행단’이 자살을 위해 ‘헤븐 익스프레스’ 버스를 타고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중국까지 간다는 것이다. 우울한 1막과 달리 2막에서는 삶을 포기했던 이들이 공동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이 작품의 홍보를 맡은 트라이프로 이은선 씨는 “그나마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헤븐 익스프레스’로 제목을 바꿀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학가 ‘입소문 마케팅’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대학 30여 곳과 ‘클럽데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을 초청해 공연을 저렴하게 보여주는 대신 대학 구내에 홍보물을 전시하기로 했다.

이 씨는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고민하다 보니 입소문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는 작품을 본 관객들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연은 4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문의 02-514-5606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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