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상상’ 문학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나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정과리 교수 신작비평집 ‘굴숨의…’

전작 ‘네안데르탈인의 귀환-소설의 문법’에서 개념과 이론으로 작품을 포장하는 ‘조념(造念)비평’에 쓴소리를 던졌던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51·사진)가 개념에 중독되다 못해 분열증세까지 보이는 최근의 상투적인 비평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정 교수는 신작 비평집 ‘굴숨의 광합성’(문학과지성사)에서 “최근의 담론 상황에서는 오직 한 가지 강박관념만 작동하고 있는데 그것은 신기성(新奇性)을 기준으로 개념을 끌어모아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글쟁이들은 ‘개념’이 아니라 ‘언어’로 호흡하며 그 언어를 통해 ‘어떻게’의 문제에 전력투구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언어를 통해 ‘반성과 상상’의 문학적 역할에 충실했던 소설가 최인훈, 이청준, 김원일, 신경숙, 배수아 씨 등 소설가 9인의 작품을 소설이 세계와 직면한 상황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21세기에 다시 읽는 최인훈 문학의 문제성’에서는 ‘민족사적 과제 설정의 타당성에 대한 성찰’을 개인사적 에세이에 가깝게 펼쳐낸 장편소설 ‘화두’를 통해 최인훈 문학을 재해석했다. 저자는 이 작품의 상상력이 현실사회주의가 붕괴된 21세기에도 20세기의 민족사적 과제가 여전히 현재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진단한 뒤, ‘라울전’ ‘광장’ 등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었음을 논증했다.

‘타인의 아이를 향한 꿈-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서는 ‘형용사문학’으로 불릴 만큼 징조와 징표로 독특한 소설적 분위기를 자아냈던 신 씨가 이 작품에서 순수 징조로 가득 찼던 자신의 옛 소설에 저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새’ ‘사진’ 등의 징조들이 작품 속에서 순수한 상징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소박한 가족주의에 대한 반성적 탐색’이란 주제를 사실성의 세계를 통해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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